네 번째 여수 (2)
여수 엑스포역, 엑스포 일대,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돌산공원. 타지라는 거부 없이 어제 온 듯 친근하다.
여수를 방문한 시기에는 항상 전환점이 있었다. 이런 삶에서 저런 삶으로, 이런 가치관에서 저런 가치관으로. 여행 당시에는 못 느꼈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자 다른 내가 됨을 깨달았다. 여수를 좋아하게 된 이유라면 이유겠는데, 딱 집어 원인이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왜 여수를 가냐고 묻는다면, 차근차근 쌓아진 감정들의 종착점이 여수라고 해야겠다.
7년 동안 나는 참 많이도 바뀌었고 바뀌어 가고 있다. 이번엔 표피로 느껴질 만큼 큰 변화를 거치고 있다. 거북선 대교 위의 찬란한 아침이 또 다른 내가 됨을 축복한다.
내 삶은 이제 갓 호수를 빠져나와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도달했다. 높은 산골, 하천으로 치열히 내달렸던 인생을 바라보니 왜 그리 옆도 보지 않았나 싶다. 어릴 적 많은 주제들이 그랬었다. 산 꼭대기에 오르려면 풍경을 봐선 안 된다고, 정신을 팔면 안 된다고, 정상에 오를 때 까진 오직 목표만 봐야 한다고. 특히 어린이 만화에 빠지지 않는 테마였다. 가르침은 무의식의 은연 속에 잠복해 있었다. 목표를 향한 갈망으로, 하나 남보다 더도 덜도 아닌 인생을 살았으면서 순위가 뭐가 그리 중요했던지. 그따위 주제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어깨동무 한 번 없이 내달리는 결승선은 재미없다. 여수에 비친 지금의 나는 그러하다.
여수는 조용히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놈에 SNS가 문제지. 조용히 들렀다 갈 생각 이랬으나 이미 친구는 시동을 걸고 있었다. 아무리 순천이 가깝다지만 1초 망설임 없이 달려올 줄이야. 3시간 정도 조용히 글 좀 써보려 했지만, 그게 중헌가? 친구가 중허지. 너무 고마우니까 친구 식당 광고 좀 넣고 가야겠다.
인생 힘들었다는 누구 만큼이나 어려운 삶을 겪고 일어선 친구다. 이미 첫 번째 식당은 성공시켰고, 사진에 나온 식당은 두 번째. 세 번째 식당도 준비 중이다. 너무 잘 나가서 약간 셈나기도 하지만 그보다 뿌듯함이 훨씬 많은 친구다. 군대에서 만나 전역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이 친구 연락이 아니었다면 우린 무엇도 되지 못했을 거다. 남이라면 완벽히 남인 군대 동기인데, 친구는 인연의 끈을 팽팽히 잡고 있었다. 어려울 때도, 즐거울 때도 변함없이. 준비 중인 모든 식당 다 잘되길 바란다.
비록 혼자만의 시간은 못 보냈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로 즐거움이 겹했다. 내가 친구 입장이었다면 섭섭해했을 텐데, 한 걸음에 달려와 주다니, 감동이 너무 커서 되려 고맙다는 말 조차 꺼내기 부끄러웠다. 여수는 이제 완벽한 추억의 장소가 됐다.
친구 만큼이나 이제는 나다. 주변 만끽하며 여유로이 흘러간데도, 기수는 잡아야지 않겠는가? 목표를 향한 강압적인 삶은 지양하겠지만, 둘러 가더라도 체크 포인트는 찍어야 또 인생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