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정수집

거창한 이념보다 소박한 시 한 편이 아름답다

by 감정수집

세상없이 높고 싶던 시절, 한 줄 명언에 진리인 양 심취했다.

한 줄은 내 삶의 여유를 배척했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라 했다.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하는 뻣뻣한 인간이 되게 했다.

주변 한번 보지 않은 채 달리는 나는 얼마나 독단적인가.

목표에 대한 갈망이 그토록 폭력적일 줄 알았으랴.


단단히 굳어 변모할 줄 모르는 한 줄의 글 따위엔 삶이 없다.

도처에 깔려있어 만지고,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는 것이 삶이다.

너무 당연해 소중함을 잊은 채 흘리는 것들이 삶이다.

인생은 그럴싸 해 보이는 한 줄의 글이 아니라 삶에 닿아 있다.


이념은 사람을 획일화시키고 틀 안에 가둔다.

시는 주변을 인정하라 하고 감정을 내돋게 한다.

이념은 너와 나의 다른 마음을 틀리다 말한다.

시는 너와 나의 다른 마음도 맞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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