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_옛사랑
카페로 들어오는 순간, 하필 봄날이란 글자가 가슴에 닿지 뭐야. 그리곤 여태껏 네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앞에 두고도 말이야. 작년에 마주쳤으니, 헤어진 지 2년이나 지난 후였구나. 반가움에 손 흔들던 나와 찡그린 얼굴로 피하던 넌 생각이 많이 달랐었나 봐. 헤어지던 날, 그리고 헤어진 이후에도. 난 너와 만난 6년이 한 철 봄날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미련이 남았다거나 다른 생각이 있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냐. 어차피 그 시절의 넌 이제 없으니까. 물론 나 역시도. 서로의 권태로움에 헤어진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해. 네게 소홀한 건 있었지만, 나만이었을까? 헤어짐의 불씨는 이미 훨씬 전부터였는걸. 아! 참나, 나 혼자 원망하고 따져봐야 소용없는 건데, 헤어진 것에 대한 생각은 떠올리지 않을 테야. 설사 너와 대면한데도 말이야.
"오빠 뭘 그렇게 적어?"
"아, 아니야 통화 다 했어?"
"아니 아직, 엄마가 다음 주 주말에 시간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토요일 저녁 어때?"
"토요일 저녁 괜찮아, 어차피 우리 만나기로 했잖아."
"응", "엄마 다음 주 토요일..."
설마 이 편지를 네가 볼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몇 글자 남기자면. 내가 잘못한 일이 많았더라도, 그래도 즐거웠던 시간만 간직해줘, 한 철 봄날 같은 그런 시간으로 말이야.
"뭘 그렇게 적어?"
"아, 아니야. 생각 좀 하느라"
"후, 이제 나가야 할 것 같아. 전화하느라 이야기도 못하고 벌써 이렇게 됐네. 미안"
"괜찮아, 나름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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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올 때 알바한테 뭐 주고 나온 거 같은데, 뭐 준거야? 설마 남자 취향이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에이 설마, 그냥. 심심해 보이는 손님 있으면 전해달라고 했어. 아마 그냥 버리겠지만."
"뭔데? 무슨 글인데? 왜 나는 편지 안 써주는데."
"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