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_슬픔
중학교 2학년까지 일 거다. 아버지가 직접 머리를 깎아주시던 때가. 중학교 시절부터 옷매무새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버지가 깎아주는 걸 싫어하거나 거부했던 기억은 없다. 항상 짧고 동그란 모양으로 잘라주셨는 데, 마음에 들고 말고를 생각하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스스로 옷을 고르고, 머리를 만지기 시작한 때가 아마 중학교 3학년부터인 듯한데, 어머니는 자식이 자기 취향대로 무언가 하길 원하셨는지 그때부터는 이발도 이발소에서 하고 오라고 하셨다. 아버지 입장에선 체력도 떨어지고, 도구 손질도 귀찮으셨던 것 같다. 젊어 이발소를 하실 때부터 가지고 계시던 도구들인데, 10년이 훨씬 넘었으니 이미 한참 전부터 귀찮으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깎아준지 12년쯤 흘렀을 때였다. 뜬금없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머리를 맡기고 싶단 생각이었다. 아버지와의 추억은 그게 유일하니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그것뿐이니까. 여느 시골 가정처럼 우리 집도 아들과 아버지 간 교류가 무척이나 부족한 집이다. 이제 와서 깨달았다해서 당장 한마디 붙이기도 서먹하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 시간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생각을 떠올린 지 10년이나 흐른 지금, 무엇도 행해진 것 없다. 겨우 작게나마 변한 나의 태도 정도일까. 설사 아버지께 부탁하더라도 노화하고 굽은 마디들 때문에 불가능하겠지. 무엇보다 나부터 문제다.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일그러지니까. 10년째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꿈으로 꾸는데, 그곳에서 조차 나는 하염없이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