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_기쁨
꽤 굵은 비가 쏟아지던 날. 흥건한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크기는 눈으로도 가늠됐다. 큰 울림이 퍼질 때면 턱을 괸 팔꿈치로 전달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진동이 되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또 부족하지도 않은 삶, 누구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진 않았지만 나름 가치를 지닌 사람, 더욱이 인간으로서 삶과 가치 기준을 남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처음부터 목표로 한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이상적인 삶이 됐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어느 정도는 이뤘다고 자부한다. 혹시 자만심이나 자기 합리화는 아니었을까라는 고민도 잠시 했지만, 당락은 여기서 갈렸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당장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명료한 단어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여하튼,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당장 착수해야 할 일부터 차근차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니까, 뜬구름 잡는 사람은 아니다는 것. 내일 아침 아파트를 한채 산다던가, 외제차를 구입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글을 쓴다던가, 스포츠를 즐긴다던가, 블로그를 운영한다던가, 요즘 열심히 진행 중인 디제잉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그런 식을 말한다. 당연히 금전적인 부분도 필요하다. 요즘은 맨몸 운동 조차 지출 없이는 어려우니 말이다. 그러니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서 바로 착수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하는 게 좋은 표현일 듯싶다.
비 내리는 창을 뒤도니, 하고 싶은 일에 당장 뛰어들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전율했다. 생각만으로 허황에 차 있지도 않고, 행동만으로 무모하지도 않으며 생각과 행동, 그것을 이행할 제반사항을 일치시킬 수 있음에 분출되는 떨림이었다. 남보다 잘하는 능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저 나로서, 내가 나 스스로를 꽉 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전달될 리 없는 빗방울의 진동이 온몸으로 퍼진 건 내가 나로서 살 수 있음을 확인한 기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