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공학_053
식을 외워 무작정 계산하기 바빴던 시절, 공식을 이해하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쩌면 마음이 급해서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안 했을지 모르고. 공학에서 방정식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어디서는 안 크겠냐마는. 특히 어떤 식의 해가 분수 형태로 주어질 땐 해를 작게 하는 요인과 크게 하는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분자에 위치한 수는 클수록 해를 크게 하고, 분모에 위치한 수는 클수록 해를 작게 한다. 예를 들어 젓가락을 양손으로 잡고 중간을 부러뜨린다고 생각해보자, 막대가 단단할수록 잘 부러지지 않기에 단단함을 나타내는 요인은 분자에 위치한다. 길이가 길수록 부러뜨리기 쉽기에 길이는 분모에 위치하는 방식이다.
아마 성격도 그러리란 생각이다. 어떤 성리학자가 완벽한 사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듯, MBTI 테스트에서 모든 성향이 높게 나올 수 없듯.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수에 놓인 그리고 분모에 놓인 요인들이 균형을 맞추며 성격을 만들어 간다고 보았다. 내 방정식 중 하나는 외향, 내향성에 대한 식이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드물고 두 성향 모두 가지고 있지만 한 성향이 우세한 게 보통이라고 한다. 나는 모호하게 때에 따라 외향적이기도 내향적이기도 한데, 그것을 결정짓는 요인이 무척 특이하다. 바로 계절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일교차이다.
일교차가 성격을 결정짓는 이유는 생각보다 과학적이다. 일교차가 심해지는 봄, 가을에 체력도 유난히 떨어지고 감정 기복도 심한 데다 성격까지 내향적으로 바뀌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원인을 알게 된 건 2년 전이다. 한의학에선 계절이 바뀌는 시기 신체 내장 기관들도 계절에 맞게 변한다고 한다. 이때 기관들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관이 약하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감정과 신체가 별도일 것 같지만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 일교차가 심해지면, 특히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 날은 더 심하게 감정 변화가 생긴다.
성향을 결정짓는 방정식의 분모에는 일교차와 습도가 위치한다. 클수록 내향적이게 된다. 하나 반드시 그렇지 않은 건. 체력관리와 꾸준한 영양공급으로 이겨낼 수 있다. 그러니 체력관리와 영양공급은 분자에 위치하는 요인이겠다. 변수가 하나 있다면 음주다. 분수의 구성을 잘 앎에도 매년 꾸준한 관리가 어려운 이유다. 사회생활이라는 핑계겠지만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정리하면, 일교차로 나타나는 물리적인 변화는 체력 감소다. 그것이 용기와 의욕을 감퇴시키고 나아가 사람의 성향마저 내향적이게 만드는 것이다. 따지자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분수에 표현할 수 있겠냐마는. 때론 그런 표현 방식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
분수
a/b 꼴로 나타낸 수학적 표현으로, a를 분자, b를 분모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