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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ug 10. 2021

마음과 공학

100회차 글쓰기 후기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편을 써보려 마음먹었다. 세 달 남짓, 시간으로 치자니 길지 않았는데 매일 쓴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압박이 가해졌다. 마침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를 알게 된 덕에 망설이지 않고 착수하게 됐는데, 블로그 메인에 한 칸 한 칸 채워지는 걸 보며 힘낼 수 있었다. 브런치에 감정 수집이란 매거진을 연재하고 있지만 딱히 내용이 없어 고민하던 중이기도 했다. 쓰는 김에 동시에 채울만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100회를 채울 만한 소재를 고르기 쉽지는 않았다. 준비해둔 소재가 있긴 했지만, 일주일 준비해야 겨우 한 편 쓸 정도였던지라 다른 글감을 찾기로 했다. 역시 자신과 근접한 곳에서 찾는 게 손쉬워 보였고, 공학 용어들을 삶에 비유해 보면 충분히 글감이 될 것 같아 '공학으로 쓴 마음'이라고 연재를 시작했다가, 며칠 후 짧은 제목이 좋을 것 같아서 '마음과 공학'으로 바꿨다.


공학, 공학에서 사용하는 물리, 수학 이론들은 우리 삶과 닮은 점이 많았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한 학문들이겠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그것은 결국 사람과 비슷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럼에도 데카르트와 뉴턴 근간의 기계적 세계관적인 공학 용어들로는 삶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들은 인과성이 강했고, 불확실한 삶에서도 한발 밀어내야 하는 인생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불확정성 원리나 통계와 용어들도 있지만, 100회를 채우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비유가 아닌, 인용이나 연상을 이용한 글쓰기도 해봤지만,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 77회부터 99회 까지는 주제도 정하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 데로 썼다.


100회째를 작성하며 돌아보니, 나름 꽤 괜찮은 글도 있지만 대다수의 글은 비슷하고, 제일 문제는 공감이 안되는 글이 많다. 채우기 급급해서 억지로 쓰기도 했고, 성찰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글에 대한 능력이 아직 미완성인 게 제일 문제였다. 횟수로는 이제 4년째 쓰고 있는데, 글은 참 어렵다. 나름 금방금방 배우는 재능이 있어서 새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데, 글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분명 글쓰기에도 스킬이 있겠지만, 좋은 글은 스킬로 써지는 게 아닌 이유다. 그렇다고 스킬을 연마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는 재능론을 믿는 편이다. 심지어 열정, 노력조차 재능이라 생각한다. 다만 후천적 깨달음에 의해 얻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반복이나 강한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는 시냅스와 같이. 어쨌거나, 글쓰기에 필요한 재능은 어휘력도 아니고 공감 능력도 아니다. 유창한 말발도 아니고 오로지 엉덩이다.


사회생활에 적응할수록, 퀄리티보다는 데드라인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해졌다. 이번 글도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보다 100회를 채우는 게 중요했고, 결국 마무리 지었다. 퇴고의 제곱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전업 작가도 아닌데 괜한 스트레스로 주름을 늘이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다음엔 더 잘 써지리란 생각으로 100회째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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