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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pr 19. 2022

아홉수

마흔 즈음에

며칠째 쓰던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글, 앞뒤가 안 맞는 글, 순서가 뒤죽박죽인 글. 한동안 띄엄띄엄 쓴 탓에 없는 필력 마저 감소한 탓도 있겠지만 좀처럼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


나름 나만의 성공을 이루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성공들로 만족했고, 그런 삶을 앞으로도 이어 나갈 수 있다면 여한 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았다. 한데 왜 다들 그렇게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걸까. 돈을 많이 못 벌어서, 집이 없어서, 차가 없어서 아니면 명예 따위 조차 없어서 그런 걸까.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니라 그런지 그런 이야기들이 귀에 조금씩 쌓이니 지금껏 쌓아온 내 인생관마저 흔들린다.


생각이 복잡한 건, 예전에도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들어왔지만 하필 요즘 들어 귀에 들어오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이다. 학습능력도 예전 같지 않고, 몸도 마음도 쇠퇴해 가는지 외부의 자극에 점점 약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홉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여태껏 두 번을 겪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혹시 그게 한 번에 오는 걸까라는 망상까지도 한다. 어느 블로그를 보니 39살에는 하는 일마다 실패한다는 의미라 하더라. 그러니 지금까지 잘해 왔다고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실패로 돌려버리는 걸까.


인생의 고민은 굳이 아홉수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단 한번 지워지지 않은 채 붙어왔다. 누군가는 내게 "나도 다 겪어봤어"라고 하지만 나라고 겪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단지 이런 과거를 겪고, 이런 일을 하고, 이런 환경에 놓인 내가 하는 앞으로의 인생 고민이 처음일 뿐이지.


어차피 자본주의 구조 안에 사는 거 수긍하고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반대하진 않는다. 내가 싫은 건, 마치 예의 있는 척하면서 자신이 가진 걸 돌려 말하려는 모습,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있는데 왜 너는 없냐는 식의 모습이다. 당신이 돈 벌고, 집 사고, 차 사는 시간에 내가 놀고 있기만 한건 아니다. 내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했고,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나 혼자 만이 아닌 우리가 즐거울 수 있는 세상을 마음에 품어왔다. 단지 요즘 몸이 처지는 탓에 멘탈이 잠시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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