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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기 Aug 19. 2024

"그럴 수 있어"의 거북함

감춰진 속내

"그럴 수 있어"

상대방의 행동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나타낸다. 진심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압박에 따라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단순히 관심이 없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내뱉는 말일 수도 있고.


"그럴 수 있어"가 거북한 경우는 정작 본인 마음은 그것이 아니지만 "그럴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로 스스로가 수용적인 인간인 척할 때이다. 남이 그렇다는데 진심인지, 억누르고 있는 건지 안다고 하는 게 적합할지는 모르겠다. 그저 상대방의 반응이나 행동에서 미묘한 차이를 직감적으로 느낄 뿐이니까. 게다가 스스로를 너무 모르는 사람의 속내는 더욱 알기가 어렵다. 평소행동으로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거의 억측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거북함을 느끼는 건 대게 상대를 익히 알고 있는 경우다. 경험을 이야기해 보면, 그 친구는 사회적 관념의 프레임을 꽤나 많이 거부하던 친구다. 평소의 행동을 보면 욕심이나 시기, 질투가 많음에도 매번 억누르고 티 내지 않으려 했다. 참아내려는 태도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노력이라 생각하니까. 하지만 매번 "그럴 수 있어"라고 문장을 내뱉는 언행이 너무나 거북했다. 주변인들은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말하는 가운데에도 그런 말을 내뱉으며 마치 성숙한 인간인 마냥 행동하려는 태도가 더 역겨웠다. 그런 모습 자체가 본인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프레임에 갇힌 태도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나이 먹으면 다 알아"

"나이 먹으면 다 알아"라는 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말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진솔한 표현이니까. 넌 아직 모른다며 상대를 낮추는 심리가 들어 있기는 해도 경험에서 비롯한 진심이라는 것 때문이다. 언어 표현만 좀 바꾼다면 나는 오히려 이 쪽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해해야겠지"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사용하기 전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내면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나는 "그럼에도 이해해야겠지"라는 실천적인 언행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나와는 다르지만 이해해 보겠다는 노력이 담긴 말이니까. 그도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빈틈없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사회적 역할과 기능의 관점에서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 어느 때라도 속내를 감추는 것은 위험하다. 스스로를 모르는 것은 더 위험하다. 감추는 것이 주변인이나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일시적 안정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자기 자신과 갈등을 빚거나 진정성을 상실하여 사회적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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