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한다는 것이란
상암동 지하상가의 한 커피가게
한 차례 출근길 손님들을 맞이한 후,
사장님은 매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한적한 시간에 매장을 방문했다
내가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을 때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주방으로 들어간 사장님
키오스크에서 번호표를 출력하고 있던 그때
사장님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키오스크를 흘낏 봤던 사장님은
내가 고른 음료를 미리 보시고는
영수증이 출력되기도 전에 음료를 주셨다.
사장님은 내가 키오스크에서
고르는 모습만 보고 음료를 준비했다
혹시 다른 음료로 바꿨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의 손해보다
고객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 여겼을 터
현대 직장인들에게 속도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랴
사장님은 아마 경험적으로 이해했을 터다
바쁜 직장인에게 "빠름"이 중요하다는 걸
게다가, 사장님의 우렁찬 목소리와
깔끔한 옷차림이 자아낸 카페 분위기는
나를 건강한 직장인인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했다
직장인 A: "팀장님, 문서 정리 완료했습니다! 보기 쉽게 디자인도 개선했고, 인사이트도 추가했습니다."
팀장 B: "음... A 씨, 내가 요청한 건 기존 자료를 파악하기 쉽게 엑셀에 일관된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이었어요."
팀장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A
A는 팀장이 준 업무에 열정을 다 했고
자신의 능력을 총 동원하여 자료를 만들었지만
팀장은 정보를 쉽게 파악하고 싶었던 것이지
보기 좋게 디자인하거나
창의적 생산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열심히 하려다
정작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일을 놓치곤 한다
열정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조직의 일이란 건
각자가 수행한 조각 난 업무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방향으로 조합하는 일이다
그래서 맡은 역할부터 해내야 한다
만약 커피집 사장님이
커피는 늦게 만들어 주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커피를 준다고 해보자
나는 되려 신경이 곤두서
귀가 따갑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커피집 사장님은
직장인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해소해 주고
거기에 추가의 서비스를 더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강화한 것이다
직장인들이 많은 장소에서
특히, 식당가 한가운데 있는 커피 매장이
손님들에게 빠르게 음료는 제공하지 못하고
메뉴판 디자인, 매장을 꾸미는 일이나
너무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려 했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서비스든 업무든, 돋보이고 싶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킨 후
마지막에 '한 스푼'의 차이를 더하자
그것이 일하는 능력의 차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