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정수집

"널빤지 하나로 가고 싶은 대로 다니는 사람" 이라던데

꿈보다 해몽

by 감정수집

무당이 말했다. 널빤지 하나 들고 가고 싶은 대로 다니는 사람이라고. 다만 조심할 것은, 널빤지를 물고 있는 악어들이라 했다. 뭐 하나 건져 먹으려고 물고 있다고. 이들만 조심하면, 뒤집어질 듯 아슬아슬하면서도 결코 뒤집어지지 않은 채 마음껏 바다를 항해할 인생이라 했다.


5년 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실제로 악어 떼 같은 사람들을 솎아냈다. 맹신해서는 아니다. 스스로도 느꼈던 불편한 마음이 그 계기로 확신이 되었을 뿐이다. 그보다 "가고 싶은 대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말이 더 중요했는데, 아마 오늘에야 그 중요함을 깨달은 것 같다.


나는 그 말을 좁게 이해해 왔다. '신체적 자유'에 매몰되다 보니, 보니 눈에 보이는 세상으로 스스로를 가둬 버린 것이다.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장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경험, 발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감각이 포착되는 곳으로만 갈 수 있다고 제한해 버리고 말았다.


오늘 문득,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으로 확장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스치자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어떤 경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뜬금없는 해몽일지 모르나,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양 하루 종일 감정이 요동친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것 같다. 나는 늘 어이없는 아이디어를 내곤 했는데, 어설플지언정 나름의 개연성을 갖춰 나만의 방식으로 구현해 냈다. 정상적인 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쓰나미 꼭대기에 널빤지 하나로 올라타듯 말이다.


이것은 지능이나 재능의 영역이 아니다.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님을 안다. 이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스스로의 항해를 믿는 마음의 문제다. 내일 당장이라도 내 널빤지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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