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정수집

집과 직장 사이 '틈'

틈: 무엇과 무엇 사이

by 감정수집

왕복 세 시간 출퇴근 시절. 출근하는 1시간 반 가량은 머릿속으로 분해하고 조립하며 일을 정리했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걸 이어 붙이다가, 어긋났다 싶으면 부시고 다시 만들었다. 잊히면 잊히는 대로 다시 만들고 수정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기는 아니다. 아이폰 5 정도였던 것 같은데, SNS도 유튜브도 딱히 관심없었터라. 오롯이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매 순간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예전엔 특정한 목적이 있어야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목적 없이도 손바닥 위에 기기가 놓여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서 특단의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시대를 산다.


한 순간의 쉼도 허용하지 않은 채, 스마트 기기는 우리에게 정보를 욱여넣는다. 그 정보들이 딱히 나쁠 리는 없지만, 대개는 무의미하게 우리를 파고들 뿐이다. 창작자의 노력이 담긴 메시지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자극만 남는다. 어떤 이들은 의도적으로 '자극' 자체를 팔기도 한다. 의미가 거세된 정보들이 우리의 틈을 빽빽하게 메운다.


잠깐의 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우리는 스마트폰이 그 틈새의 불안을 지워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다. 틈 속에서 다스려지고 배출되어야 할 불안이, 메워진 틈에서 터져 나와 인생 전반으로 흘러 붙었다. 불안은 이제 삶의 모든 순간을 지배한다. 우리는 틈을 메운 것이 아니라 불안을 배울 기회를 잃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널빤지 하나로 가고 싶은 대로 다니는 사람" 이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