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그녀와 나 사이
그녀는 참 착했다. 이별 후 몇 번인가 마주칠 때면, 나는 일부러 서늘한 기류를 흘렸다. 다시 닿는다 해도 나는 끝내 변하지 않을 사람임을 알았기에. 그녀의 고운 결을 감당할 자신이 내게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다시 사랑할 수 없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진심으로 그녀가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길 빌었다. 그러다 알게 된 그녀의 결혼 소식은 뜻밖의 기쁨을 일으켰다. 이전의 인연들에게선 느껴본 적 없는 생경한 감정이었다. 그저 무덤덤하거나 때론 외면하고 싶던 지난날들과 달리, 이번만큼은 하늘에 감사할 정도로 기뻤다. 그녀와 이별의 자리에는 아마 미안함만이 가득했었나 보다. 그녀는 그만큼이나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건너 보게 된 사진 속 그녀는 화창하게 피어 있었다. 그 웃음의 어떤 주름에도 내가 패어있지 않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 한번 감사했다.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마음을 다해 축복하며 남겨진 앞날이 온통 행복이길 바란다.
지난날, 나는 우리의 틈을 의도적으로 더 벌렸다. 그 벌어진 공간 사이로 시린 바람이 지나고 무심한 시간이 흘러, 서로의 온기가 다시는 섞이지 않도록. 그것이 그녀에게도, 남겨진 나에게도 가장 무해한 길이라 믿었기에.
부디,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웃기를. 멀어진 틈 저편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