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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ug 31. 2017

빌려쓰는 글

과학기술이 만든 글쓰기 문화와 미래의 글쓰기

브런치에 글을 쓸 때면 매번 여러개의 인터넷 탭을 열어둔다. 나만 그런것은 아닐테다. 분명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단어확인이나 맞춤법 확인을 위해 창을 열어둘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맞춤법을 위해, 단어를 고르기 위해, 띄어쓰기를 위해, 그래서 좋은 글을 만들어 내기위해 IT기술을 빌리는 것은 내 능력이 아닌걸까? 하고 말이다. [빌려쓰는 글] 이란 이렇게 현 시대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쓰는 글을 의미한다. 때론 문장을 빌려오기도 하고, 맞춤법을 위해 자동고침을 하기도 하는 그런 행동의 결과물 말이다.


과거에는 글을 쓰기위한 도구가 적을 것과 적힐 것이었다면, 지금의 글쓰기 도구는 입력할 것과 입력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렇게 글쓰기 도구가 변화하면서 글쓰기 문화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는데, 누군가는 과거의 글쓰기 문화를 그리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글쓰기 문화를 좋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현대적 글쓰기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시선을 적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과거와 현재의 글쓰기에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과거의 글쓰기 방법, 특히나 원고지와 펜으로 글을 쓰는 방법은 머릿속으로 대부분의 흐름과 내용을 정리한 후 글을 적는다는 것이고, 현대 글쓰기 방법은 빠르게 작성하는 도중에 다시 읽어보며 수정하는 것으로 본다. 더하여 현대 글쓰기 방법은 위에서 말한것과 같이 인터넷으로 다른 글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완전히 과학의 힘을 빌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렇게 변화하면서 나는 어떤 생각으로 과거와 현재의 글쓰기를 바라보게 됐을까?


본격적인 작성에 앞서 나름대로 의미을 갖고자 오로지 브런치의 글쓰기 창만 띄워놓고 작성해 보겠다. 띄어쓰기, 맞춤법, 받침은 당연히 틀리겠거니와 문맥상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사용될 수도 있지만, 과거 원고지에 작성하던 방법처럼 머릿속으로 흐름과 문장을 먼저 구성하고 펜으로 한자한자 적는다는 기분으로 작성해 보려 한다. (실제론 원고지에 글을 써본적이 없지만, 그렇다는 느낌으로)


과거 글쓰기 방법과 현대적 글쓰기 방법의 사이에서  빌려쓰는 글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글쓰기도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이런저런 책을 참조하거나 사전을 이용했다. 물론 문장이나 문구들도 참고했고, 그런데 과거와 현재의 글쓰기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역시나 가장 큰 차이는 글을 준비하는 자세인 것 같다. 원고지와 펜으로 쓰는 글은 도구를 아끼기 위해서도 그리고 깨끗히 글을 적고 싶은 마음에서 대부분의 흐름과 내용을 머릿속으로 미리 정리한다는데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을 소중히 대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런 글쓰기의 장점이랄 것은 머릿속으로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머릿속으로 더 많이 생각해 본 글이 더 좋은 글일까? 그것이 더 창의적이고 더 훌륭한 글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글, 훌륭한 글의 정의를 무엇으로 내리는 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떤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자로 나타낸 것'이 '글'의 사전적 의미라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잘 전달만 된다면 좋은 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뜬금없는 이야기를 잠깐 하겠는데, 학습을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눠보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과 외부로부터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단어적으로 표현하자면 지혜라는 단어로 연관지을 수 있겠다. 그리고 외부로부터 습득한 정보는 지식으로 연관지을 수 있고. 과거의 글쓰기, 현대와 같이 IT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지식을 습득할 경로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전자 장치랄 것이 라디오, TV정도 였고 대부분 종이로 된 문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했을 것이다. 또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습득하기도 하였고. 현대 기술수준으로 보자면 아주 제한된 경로를 통해 지식을 습득했던 것이다. 그래서 과거 사람들의 지혜가 높았다라는 이야기를 간혹 듣기도 한다.


그런 예를 들어보면, 지금의 농사와 과거의 농사를 비교했을 때 도구가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다를게 없다. 환경적인 요소나 품종 등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씨앗을 심고, 열매를 맺어 수확을 하는건 분명 다를게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면 그 일반적인 농사과정을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하는 현재에 비해 극히 제한된 도구들을 사용한 과거에는 어떻게 다양한 농사활동이 가능했을까?


현재에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농사 기술 그리고 방법들을 고안했다고 볼 수 있고 당연히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방향은 다른데 있다. 과거 농부는 하나의 도구를 상당히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던 것인데, 창의성에서 말하는 발산적 사고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극히 제한된 하나의 도구로도 다양한 움직임과 방법들을 구사할 수 있는,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내는 지혜가 뛰어난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농부은 머리가 좋지 않아 수 많은 돈을들여 기기와 도구를 사는걸까? 당연히 아니다. 산업구조가 변함에 따라 품질좋은 곡식을 더 빠르게 생산해 내는 것이 지금의 농업구조이기 때문에 농사가 단순히 개인적 행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 과거처럼 제한된 도구로 농사를 짓는일은 어리석은 것이다. 이제는 더 빠르고, 편하게 농사를 짓기 위한 정보와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즉,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맥락을 글쓰기에도 적용해 보면, 과거에는 내면에서 생각해낸 글과 문구를 잘 활용하여 남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게 글쓰기의 방법이었다면, 현재의 글쓰기는 웹서핑을 통해 남이 쓴 글들을 활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빠르게 전달하는 글을 쓴다.(당연히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나 IT가 극도로 발달해 가고 있는 상황에 어느 누군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유사한 생각을 했을수도 있고, 그것을 이미 글로 작성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의 글에 차별성과 특이점을 갖기 위해선 유사한 글들이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수인 것이다. (차별점을 갖지 않는 글을 쓰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남이 쓴 글들을 많이 인용한다는 건 반박할 수 없는 점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식의 글쓰기 문화가 시작됐다고 말하는 건 지금의 내 글쓰기 방법을 정당케 하기위한 합리화 작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순수히 글을 쓰는 것 보단 글을 쓰면서도 그것이 가치(꼭 돈을 이야기 하는것은 아니다)가 있길 원하는 사람이 더 많은건 사실이다. 그러니 더 빠르면서도 차별화 되는 글을 써야 하는것도 사실이고.


이런 내용들로 현재의 글쓰기 문화를 정리해보면, 이제는 남의 글을 베끼는 것(적법히 인용하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 됐고, 남의 글을 활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은 능력이 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모든 글귀를 꼭 자신의 생각으로만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적절히 남의 말을 사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수정해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며, 그냥 그대로를 가져다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를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빌려쓰는 글]이란 문구에서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것은, 보편화된 IT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그것을 활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빠르고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야 말로 현대식 글쓰기에 적합한 방법이지 않을까 이야기 해 본다.


[빌려쓰는 글]에서 현대식 글쓰기란 IT를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그것을 활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지혜를 갖추는 것


과거와 현대를 이야기 했으니 이번엔 미래의 글쓰기를 이야기 해 보겠다.


이제는 기사도 인공지능 로봇이 쓸 수 있는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여러분이 매분 매초 사용하는 SNS의 모든 내용들을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판단하며, 데이터화 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글쓰기라는 것은 인간에게 더 이상 필요없는 기술일까?


과거와 현대의 글쓰기에 대해 위에서 설명했지만, 지금과 미래의 글쓰기는 또 엄청나게 다른 일이다.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말하고자 하는 의도만 명확하다면 지금의 인공지능 시스템으로도 사람보다 더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수준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미래의 글쓰기에 대한 설명은 짧게 마무리 될 것 같다. 왜냐면 바로 위 단락에서 뭐라고 했는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만 명확하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지 않았는가? 그렇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주어주지 않은 경우 목표조건을 설정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오늘 기사거리 좀 써봐"라고 했을 때 인공지능은 오늘의 기사거리가 무엇인지 스스로는 절대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다. 만약 "다른 기사 중 빈도수가 높은 기사와 유사란 기사거리를 찾아봐" 라고 했을 땐 '다른기사 중'과 '빈도수가 높은'이란 목표점이 생겨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스스로 목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다양한 목표점 들을 미리 설정하고 그에 맞는 기사거리들을 매일 작성하라고 목표를 주는 경우는 매일 그에 맞는 기사들을 추출하거나 그를 기반으로 작성할 수는 있겠지만 절대 그 이상 수준을 작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 그 이상수준을 작성할 수 없는 것일까?


시를 예로 들어보겠다. 시는 맥락이나 패턴을 찾기가 어렵다. 사전에는 없는 말도 안되는 단어들을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이런 일은 인공지능을 절대 하지 못한다. 왜냐면 인간의 감정영역을 프로그램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의 모든 시 패턴을 이해하고, 드라마, 영화, 노래 들을 학습하여 시를 만들어 내라 라고 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결국 세상에 있는 방법을 패턴화 했을 뿐 그것이 새로운 방법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자, "세상에 없는 패턴으로 글을 작성해라." 라고 명령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그 결과로 세상에 없는 유형의 글들을 만들어 냈다고 하자. 그럼 그 글들은 창의적이면서도 효용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결국 그 글이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세상에 없는 것이거나 기존에 있는 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안해냈을 때 창조적, 창의적 이라고 하는데, 창의적 활동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어떤 행동의 결과물이 우연적이냐 의도적인 것이냐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연치 않게 기존에 없으면서도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작성해 냈다고 하자. 이럴 때 그 글을 창의적 결과물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단지 기존에 없던 글을 만들어 냈을 뿐이지 인공지능은 그 글이 창의적인 글이라고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창의적인 사람은 그 글을 만들어 내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하고, 그 결과를 판별한 사람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단지 기존에 없던 글을 만들어 냈을 뿐이지 그 글이 창의적인 글이라고 의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글을 만들어 내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하고, 그 결과를 판별한 사람을 창의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나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될 앞으로나 글쓰기의 근본적인 목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빌려쓰는 글]이라는 말처럼 글을 쓰기위한 수단과 방법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고, 또 앞으로도 분명 많이 바뀐다. 그것은 아마도 자명하다. 그러니 이미 글을 많이 쓰시던 분들은 새롭게 나오는 기술들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 이미 가지고 있는 글쓰기 지혜와 잘 접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히고, 저 처럼 글쓰기가 약한 분들은 IT를 적극 활용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빠르고 명확히 글로 만들어 내는 지혜를 갖춰야 하는게 현대 글쓰기의 문화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 하며 마무리 지어본다.




글이 길었지만 전달하려는 내용의 설명이 충분치는 못했던것 같네요. 기회가 있다면 더 상세히 작성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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