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13주 차

이상만 꿈꾸는 어리석음

by 감정수집

친구들 중 꼭 한 명 정도는 꿈이 무척이나 큰 아이들이 있다.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선 긍정적인 그 친구의 태도에 모두들 "넌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그런 친구 말이다. 어릴 적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루지 못할 거면 꿈이라도 크게 꿔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들 말이 맞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학원 시절 친구들과 후배들의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으며, 어른들의 말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정확히 틀렸다기 보단 꿈이 크다는 것은 반드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실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현실이다. 물질적인, 아니면 세상 속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직면에 있는 현실이다.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던가, 공과금을 내야 한다던가, 여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줘야 하는 등의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로 미뤄지는 현실 말이다.


꿈, 하루를 보내는데 너무나 좋은 활력이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할 수 있다는 건데,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거야, 내 꿈은 저기에 있어 그러니까 지금 이건 피할 거야" 라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해야 할 현실을 회피하고서 꿈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 미루기만 해선 꿈을 이룰 수 없다. 당장 해야 할 것들부터 하나하나 채워야만 일주일 후, 한 달 후, 10년 후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내 마음속에 가득 채울 수 있는 거니까.


꿈은 농부의 마음으로 채워야 하는 것 같다. 농부는 흙을 다듬고, 씨앗을 심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모든 것을 하고 나서야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날씨를 탓할 수 있다.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을 거야 으레 짐작하곤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농부라고 할 수도 없다.


10년 후가 중요하지만 당장 처리해야 할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 7년 정도 되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나는 자기관리를 잘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시간관리가 철저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자기관리라면 그 기준에는 한참 벗어난다. 하지만 개인적인 기준에선 언제나 노력했고, 지쳐있던 시기에는 충분히 휴식도 취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나는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기본적인 농사일은 잘 해왔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3년 후면 가치관을 지켜온지 10년이다. 앞으로도 농부의 마음으로 살아갈지, 스스로의 자세를 바꿀지, 그것도 아니면 세상을 수긍하게 될지 3년 후면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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