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17주 차

나는 아직 화가 난다

by 감정수집

이번 주는 전시회 참가로 정신없는 한주였다. 게다가 진작부터 밀려있던 관심 구독자님들의 읽지 못한 글들이 더욱더 쌓여만 가고 있는 와중에 핸드폰의 명상 일기 작성 알람 덕분에 겨우 글을 쓰는 중이다.


유아 전시회는 전시회 성격보다는 그냥 시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참가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전시회에서 싼 제품을 구입하려는 의도이기에 쇠퇴해 가는 다양한 전시회들 속에서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통상 전시회에서 화가 나는 일이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의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전시회 부스의 위치가 좋지 않았던 거라면 화가 나더라도 스스로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렇게 오랫동안 화가 나 있는 건 주최 측에서 우리 회사의 카테고리를 엉뚱한 곳에 넣어 놓은 것 때문이다. 우리는 출산용품, 유아제품 분야인데 우리를 도서, 교육 카테고리에 넣어 놓으니 이미 사용할 나이가 다 지난 우리 제품을 쳐다 보기나 하겠는가? 전시회장이 작아 사람들이 다 둘러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우리가 타깃 한 고객들은 우리 부스로 거의 오지를 않으니 4일 동안 머리만 지끈거렸다. 그런데다 이번이 두 번째 참가인데 가만 생각해 보니 지난번도 똑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지난번 문제를 우리 탓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거기다 화가 난 내 상태에 기름을 부어버린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의 태도였다. "어차피 주최 측에 항의해야 마지막 날이니 보상을 받을 길은 없을 것이다"라는 것인데, 내 입장에선 마치 영화에나 나올법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해 봐야 저기선 알아주지도 않아"라는 말과 동일하게 들렸다. 나는 그 상황에 솔직히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질 것을 왜 이 어려운 시기에 스타트업을 하자고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가능성에도 시도하고, 도전하고 그것이 비록 하찮은 일이더라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하고 살아있는 감각을 가진 그런 스타트업으로서의 기본 자질이라고 생각했다. 매번 그렇게 임해왔고 나는 충분히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답변을 듣자니 아직도 배신당한 기분이 떠나질 않는다. 비록 그들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 주최 측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데 말이다.


다른 글에 구독자 분이 달아주신 댓글을 보니 세상은 너무 설명하려 들려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글을 읽고 나선 마음이 조금 추슬러지긴 했다. 연구원 출신에 기본적으로 학자 성향이 있는 편이라 지나치게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이번 문제의 발단도 잡음이 생기기 시작한 주요 원인은 주최 측에 있지만 내부에서 큰 소리를 낸 건 나였으니 말이다.


나는 중국 고서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중국의 고전 철학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답이 없는 문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문제는 답이 없다. 그것을 풀어내는 해결책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도움이 되었고. 하지만 이번 문제는 잘 모르겠다. 내가 지나치게 타산적으로 계산하려 들려는 것인지, 아님 다른 사람이 너무 우메 하게 대처하는 것인지.


이번 일요일은 잠자리가 곱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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