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도구

글이 생각의 깊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by 감정수집

가급적 구독 작가님들의 글들을 전부 읽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작가님을 구독하는 행위는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하는데 주로 글을 잘 쓰거나, 잘 표현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생각의 깊이가 깊은 작가님을 구독하는 편이다.


음, 범주가 애매한 걸 보니 그냥 느낌이 오는 데로 선택하는가 보다.


브런치에서는 내가 하는 일 혹은 내 전공이나 취미와 관계없는 글들을 읽으려고 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어떤 생각을 할까?"
"이걸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많구나!"
"이 작가님은 나랑 성향이 비슷한 것 같네~"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이런저런 글을 읽으며 도대체 글이라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라는 물음을 생겼는데, 물음이 시작된 건 좀 오래됐지만 나에게 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고해진 것은 불과 며칠 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어제 정도랄까.


글이라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기 보단 내가 글이라는 것 차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브런치에서 만나는 글들은 참 이쁘기도 하고, 논리 정연한 글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잘 꾸미는 작가님이 있기도 하다. 그들은 과연 어떤 연유에서 글을 시작했을까? 어떤 연유이건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은 글 쓰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만은 확실할 테다. 나도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글을 매우 공격적일 수 있으니 조심하자


이번 글의 제목을 '글이라는 도구'라고 정한 것은 당연히 그것의 의미를 그렇게 정의해 보고 싶어서이다. 글은 전달의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무언가를 남기는 기록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사전적으로는 어떤 생각이나 일을 문자로 남기는 행위라고 말하니 전달이나 기록이나 남긴다는 의미나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글이라는 것은 글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단 무언가의 통로로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전달의 의미일 경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주체이고 그것의 통로가 글인 것이며, 기록의 의미일 때는 남기고자 하는 지식이 주체이고 그것의 통로가 글인 것이다.


그렇게 글이라는 것은 무언가의 통로로서 그 존재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체가 되는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써. 그런데 이런 사상은 다소 반감을 살 만한 부분이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체가 상당히 약한데도 마치 대단한 것처럼 글을 잘 꾸며내는 행위는 주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는 좋은 글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디 느낌이나 감각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글이라는 도구를 잘 꾸며내려 노력해야 할 것이지만 단순히 지식이나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라면 주체 그대로를 가장 효율적이게 전달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포토샵을 잘 사용한다고
사진을 잘 찍는 것이 아니고

일러스트를 잘 사용한다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며

CAD 프로그램을 잘 사용한다고
설계를 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글이라는 것도 그렇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의 깊이가 깊은 것이 아니고, 글을 잘 쓴다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글이라는 건 단지 내 마음, 느낌, 생각,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되는 것이지 글이라는 것을 잘 꾸며낸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글을 잘 꾸며내는 행위도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디렉터라고 해도 기능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그 생각, 사유의 깊이가 세상에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마치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나와는 너무나 성향 차이가 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이 하는 일이 최고인 마냥 이야기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주체, 내용은 없고 그냥 단순히 꾸며내는 일만 잘 할 뿐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것을 잘 하는 게 마치 생각의 깊이가 깊고, 지식적 가치가 높은 것인 마냥 말하기도 한다. 게다가 마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굴기도 한다. 아마 이런 사람 때문에 이번 글을 쓰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논하는 것, 또는 우회적으로 주체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와 같은 예외는 항상 있다.


글은 언제나 설득이 목표인 것 같다. 그러니 화려하다고 찬사를 보낼 필요가 없다. 내가 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면 되는 것이고, 내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비슷한 것을 비교하자면 말에 관한 것인데 사람들 중에 말빨이 좋아 상대방의 입을 열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류인데, 좋은 말이라는 것은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설득시키고자 행해져야지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말이라는 건, 좋은 대화라는 건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용도로써 행해져야 할 것이다.


글이라는 도구

글을 잘 쓴다고 생각의
깊이가 깊은 것은 아니다.

글을 잘 쓴다고 남보다
더 아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매주 꼭 한 번은 글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무언가의 호기심을 가진 자로써의 행동은 언제나 아이 같다. 그래서 남이 보기엔 다소 부족해 보이고, 모자라 보일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의 깊이가 낮고 사유의 깊이가 낮아 벌이는 행동이 아니다. 단지 지적 호기심을 꾀하는 아이 같은 행동일 뿐.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깊은 사유력을 가진건 아니다.
ㅎㅎㅎ,,,


드림웍스와 같은 외국 회사에서 테크니션으로 활동하는 한국사람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 디렉터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또한 요즘 B급 광고가 유행인 것은 영상의 품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행위 자체가 목적이 아닌 행위의 의도가 목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에게는 '글'이라는 것이 단지 도구로써 높은 활용가치가 있을 뿐 그것 자체가 목적이나 목표는 아니다. 나는 단지 조금 더 깊은 사유 능력을 가지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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