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시선이 궁금하다

명상일기 22주 차

by 감정수집

그들의 시선이 궁금하다

그들이 인식하는 세상이 아닌

그들이 관찰하는 세상이 궁금하다

그들이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를 테니


오래간만에 전시회를 다녀왔다. 전시회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한동안 다니지 못해 작정하고 나선 발걸음이었다. 목적지는 세종문화예술회관.


지금 세종문화예술회관 1층과 지하 1층에서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언제나 궁금했다. 그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는 한창 중 2병이 무르익는 고등학교 초입 시기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를 접하면서부터인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시기 이것은 그동안 내가 보아오던 다른 것들과는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은 어떤 건지 잘 몰랐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몇 개 접했지만 처음 느꼈던 감정에 대한 기억은 지워진 채였다. 그러다 다시 그만한 감정을 떠 올리게 만든 애니메이션은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것이 어린 시기의 충격을 그대로 부상시켜 버렸다. 10년도 훨씬 전에 본 애니메이션인 데다 그 후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접하지 않았지만 그것의 영향 때문인지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든 세상을 창작자의 짙은 관점으로 해석한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기생수, 공각기동대, 아수라, 아키라와 같은 애니메이션들 말이다.


벽과 구름의 색채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회는 매우 기대하고 관람했지만 솔직히 후기를 이야기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새로이 얻어낸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대단한 창작자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대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모든 대중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은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대중들에게 전달될지,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심도 있게 하였다. 만약 오늘 무언가 얻고자 전시회를 관람한 것이라면 얻은 것은 이것이겠다. 진정 뛰어난 예술가라면 자신의 작품이 오로지 작품성으로만 인정받을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


나는 일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혹은 인간관계를 가지거나 하는 모든 활동을 해석하고 진행할 때 교차점이라는 관점을 이용하곤 한다. 이것은 어느 누구나 이상적인 수준을 원하지만 실제 사회에서 이상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행동을 낳을 뿐이니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실현 가능성 사이에 적절한 교점을 찾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만들어낸 나만의 개인적인 활동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은 상당한 천재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림을 시작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감독이 되는데 까지는 꾸준한 물리적 노력을 가한다면 누구나 가능할 것이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동시에 모든 대중에게도 인정받는 위대한 감독이 되기 위해선 기존의 관점을 뛰어넘어 오직 자신만의 관찰로만 보이는 세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엄청나게 고된 사유의 시간으로 얻어낸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하자키 하야오 감독은 다른 사람은 가지지 않은 자신의 관점을 충분히 녹여내면서도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감독이 되는데 까지를 쉽게 표현했지만 분명 그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위대한 감독이 되는 것은 그에 비할 수준이 되지 않기에 매우 쉬운 것처럼 말해본다.


여하튼 그들의 시선이 궁금했다. 단순히 모두가 인식하고 인지하는 평범한 세상이 아닌 지브리 만이 가진 관점과 시선이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점에선 즐거웠지만, 전시회를 나오면서 도록을 한 권 사 올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바엔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냥 퇴장했다.(이런 면에선 스스로를 좀 짜다고 생각한다)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도 요즘 부쩍 이나 작가님들이 보는 세상이 궁금해졌다. 지금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작성하면서도, 사이사이 컵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이 컵이 흰색이지 흰색이야, 흰색인데 내가 보는 흰색을 그들도 흰색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내가 관찰하는 흰색은 이런 것인데 그들이 관찰하는 흰색은 어떤 것일까?


사진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님이 바라보는 세상, 패션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님, 부모님과의 관계로, 자녀들과의 관계로, 남편과의 관계로, 자신이 본 영화로, 자신이 겪은 일상으로, 자신이 겪는 직장생활로... 모두들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을 전달하려 하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다른 이의 관점에 놓여보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글이 그러하듯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고,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른 이의 관점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한 문단, 한 문장, 한 단어 나마 그들이 관찰하는 시점에 놓여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님들의 글을 탐독해 본다.


컵 뚜껑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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