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의 프랙탈

명상일기 23주 차

by 감정수집

하루 빠짐없이 알코올에 젖는 연말에 붓고 마시며 하는 이야기란 나이가 먹을수록 굳어져 가는 듯하다. 그나마 이성의 끈을 잡고 있는 동안은 정상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나 알코올이 오를수록 답 없는 이야기만 오고 가는데, 답 없는 이야기라는 게 만날 때마다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과거부터 시작해 직장 이야기를 거쳐 정치, 경제, 사회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을 가진다.


전에는 그 이야기들을 어떤 시선을 가지고 해석해보려 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내가 너무 반복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취한 나를 다그치려는 노력이 되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패턴을 유심히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지난주, 이번 주 약 2주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것에 아주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연말 모임의 프랙탈이라고 해서 끝없이 이어지는 술자리를 떠 올렸다면 낚였다. ㅋㅋㅋ


이야기를 크게 구분 지어 보면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근황 이야기,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시작하는 과거 이야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나오기 시작하는 사회 이야기 이렇게 3가지 정도가 있는데 이것이 묘하게도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고 있다.


현재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서로를 공감해주고 세월을 한탄하는 현재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과거나 미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만남의 첫 이야기를 현재로 시작하는 것 같다.
과거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익어가고 서로의 현실을 공감한 후에는 과거를 나누기 시작한다. 과거는 지금의 자신을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기에 과거 통해 각자의 존재 가치를 높여나가려는 의도 같다. 그런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정도랄까? 어려웠던 과거 이야기도 있고, 행복했던 과거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 혹은 모인 집단의 존재성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를 때 나오는 것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현재의 한탄과 과거의 사례들을 끄집어 이야기 하지만 결국 앞으론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곤 하는데, 자신이 처한 세상을 비판하며 앞날을 걱정하는 우리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니 사회 이야기는 다분히 미래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서 실제 우리들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매우 극소할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가 길어져봐야 근심만 더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은 우리들이 걱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근심이 해소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며 그에 대한 분석도 다소 첨가가 되었는데,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은 데다 딱히 맞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연말 모임 이야기의 흐름이 과거, 현재, 미래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인데, 이게 흥미롭다는 것은 인간이 행하는 다양한 일의 대부분이 마치 프랙털 구조를 보듯 유사적이다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것도 과거를 배워 현재를 연구하고 미래를 위한 개발을 하듯이 간혹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현재를 걱정하며 과거를 답습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넓게는 세상일이든 나라일이든 그리고 좁게는 우리 일이든 내 일이든, 더 작게는 지금 글을 쓰는 나,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공부하는 학생들, 이제 세상을 배워나가기 시작한 갓난아기들의 모든 모습이 프랙탈 구조를 보듯 반복된 형태 띄고 있다는 점이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이런 점을 찾아냈으니 더 열심히 미래를 위해 살아보자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반성을 하려는 행위도 아니고. 단지 이번 주를 깊이 생각해보니 크게 벌어지는 일들부터 작게 벌어지는 일들까지 유사한 모습을 지녔다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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