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26주 차
주말마다 새벽에 운동을 나가는데 요즘같이 추운 날 다른 사람들은 다들 늦게 나온다. 내가 제일 먼저 나가는 편인데, 일찍 나가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은 공용화장실 라디에이터에다 공을 녹이는 것이다. 추운 겨울엔 공이 얼어 잘 튀기지 않아서다.
이어서 구장 정리도 하고, 밤새 청년들이 버린 쓰레기도 치우고, 의자도 닦고... 겨울엔 구장에 나가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동호회가 모이는 시간보다 일찍 나가 잡일들을 하는 편이다. 이런 일들을 하는 나를 두고 보면 누군가는 참으로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누가 보상해 주지도 않는데 남보다 일찍 나가서 잡일을 하니 말이다.
오늘 아침도 역시 일찍 나가서 이것저것 잡일들을 했다. 공도 녹이고, 눈도 치우고, 바닥도 쓸고.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러는지 깊숙이 생각해 봤다. 이렇게 하는 내가 바보 같은 걸까?
깊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순리대로'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유는, 내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를 위한 것이고, 누군가에게 보상을 받기 위한 일이었다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런 꾸준함을 보이지 못했을 테다. 하지만 나는 누구를 위했던 것이 아니고 내가 나 스스로에게 쾌적한 운동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행동은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 이상의 가치를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채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70세가 되니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라는 공자의 말이 떠올랐고, 무위자연을 말한 노자도 떠올랐다. 스스로를 위해 했던 일들이 자연스레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순리대로라는 사상이 이런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물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정확한 의미는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어설피 나마 깨달은 아침이었다.
그리곤 다시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내 인생에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그런 일들, 저런 일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건 이미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족한다고 하는 것이 스스로 인생 즐겁게 누린다라고 세뇌하는 거였지도 모르겠다. 나름 불만 있고, 짜증 나고, 답답한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더 나답게 해보려 한다. 지금도 매우 살고 싶은데로 살고 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하게 나를 표출해 보려 한다. 잘 보이려 애쓰고, 억지로 가다듬으려 스스로를 억누르지 말고 진정 어떠한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몇 년? 몇십 년? 후 나는 진정 '순리대로' 살아갈 테다. 지금은 비록 공을 데우는 일이 전부지만, 그땐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이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