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27주 차
가급적 남의 말을 많이 들으려 하는 편이다. 직장에선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수업을 할 땐 학생들의 질문을 많이 받으려 한다.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는 편이고, 정확히는 들으려 노력하는 것일 테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서다. 그리고 남의 감정을 이해해 보려는 의도이기도 하고.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런 척하는 사람을 아닐까?라는 의심부터 하게 된다. 게다가 나까지 그런 척하는 사람은 아니었었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질문을 받기 위한 자세'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두 달 정도 전이다. 창업 관련 강의를 한 달 수강했는데 강의 자체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나도 지금은 주로 남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남의 강의를 들을 때면 이것저것 따지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강의는 한 달 동안 여러 명의 강사가 주마다 수업하는 방식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 유독 질문을 많이 요구했다. 질문 위주로 수업한다는 이야기도 반복적으로 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한 시간 채 걸리지 않았다. 질문은 정말 잘 받긴 했다. 그런데 그게 진심이 아닌 것을 알게 된 것은, 상대방이 말하는 질문을 급히 지례 짐작할 뿐이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급히 지례 짐작한다는 것은 상대방 이야기의 일부분만 머릿속에 넣고 자신이 가진 지식 내에서 해석해 버린다는 의미이며, 질문자의 말을 차근차근 이해해보는 태도가 아닌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강사와 수강자의 입장에서 강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기에 수강자의 말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기 매우 쉽다. 그렇기에 수강자는 상대적으로 언어적 약자의 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나 다수의 수강자 속 질문자는 자신이 원하는 질문을 정확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자는 수강자가 알고 있는 지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질문하려는 마음까지 알아주길 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나도 강의를 나갈 때면 질문을 많이 요구한다. 가급적 교단에 내려와 학생들 곁에서 대화를 나누려 하고, 하지만 나도 내가 겼었던 상황처럼 상대방을 들어보려는 척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원들에게 언제든 찾아오라며 방문을 굳게 닫아둔 사장 같은 경우인 것 처럼. 그러니 나도 상대방의 단편적인 소리로 상대를 이해하는 척 하는것이 아닌지 언제나 경계해야겠다. 상대방의 말을 해석해 보려는 것이 아닌 상대를 진정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