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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 Apr 26. 2021

무릎 언저리에 핀 멍

무릎 언저리에 핀 멍


언젠가 무릎 언저리에 멍이 들었지

무릎 안쪽 톡하고 튀어나온 언덕에

시퍼런 멍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네


하늘의 실핏줄마저 터뜨려버린 탓에

그 저녁엔 온 세상이 시큰하였을 건데

아픈 줄도 모른 채 페달을 밟았었지


완연한 봄 함초롬히 피어나던 멍은

4월 한철 피는 것이던가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헛매질 해대도

겸허히 낙화하는 멍의 화편(花片)


바람 불어 우수수 흩날리던 꽃잎은

구깃구깃 멍든 하늘에 까치발딛고

마중물 부어 두레박질했을 테지

꽃이 져도 바람 스치면 얼얼한 걸 보면


4월의 매듭에 무릎 언저리부터 피어나

5월의 길목에 혼자 앓아 간직하는 그 꽃

대롱대롱 온 하늘에 매어진,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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