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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 Aug 20. 2019

늦은 답장

「늦은 답장」



무거운 하늘에 구름조각이 우두두두 떨어진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등에 도닥도닥 꽂힌다


온갖 언어들이 휘몰아치던 하늘에

부유하는 언어를 종이에 낚아채

하루하루를 곱게 매듭지어

허공에 살포시 던졌었다


툭, 땅에 얹히는 소리 없어

살그머니 뒤돌아보니 종이들은

스스로 부채질하여 몸서리치며

먹진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지상 어딘가 움푹 팬 곳에 엎드려있는 나는

아직도 뭉근히 따뜻해서

당신의 메모를 붕 떠올려 보내는데


저 높이 어디쯤 닿지 못할 곳에 있는 당신은

아직도 너무나 차가워서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말았지

우리의 체온 차이에 먹구름이 생겼네


당신의 차가움은 반칙이 아니었고

나의 따뜻함도 잘못이 아니라 했다


오늘이 흘러가고 내일을 마주해도

빗내음에 묻어내린 나의 메모는

여전히 코끝을 찡하게 울릴 테고


다른 단어 고즈넉이 흘러갈 때

당신의 단어만 어름어름

내가 엎드린 곳에 움푹 고일 테지


기다란 기다림이 늘어진 골목에서

머리에 이고 있기엔

너무나 무거운 하늘에

구름조각이 우두두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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