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밤.」
가만히 앉아 바라보다 보면 그대로 고꾸라져 빠질 것만 같은 하늘을 가졌던 어느 밤으로 기억한다, 그날부터였다, 매일 밤 달이 떠오를 때마다 네 생각도 꼭 쥐고 떠올라, 네 생각이 밀쳐낸 잠은 아침으로 도망가곤 했고 하루와 하루의 가장자리에는 큼지막한 여백이 생겼다, 그 여백에 수없는 독백을 담았다, 그러다 문득, 넘쳐흘러 온 하늘에 번져버렸다,
오늘 밤, 밤하늘에 묻은 언어는 마구 뒤엉켜 달무리져 있었고, 그 언어들을 건넬 이유는 없었다, 손바닥 폭 덮고 소곤히 눈 감으니 또 다른 밤이 있었다, 눈꺼풀 너머 보이는 밤에 눈물을 가득 채워 배를 띄웠다, 네가 둥둥 떠다니는 밤하늘에서 삯을 잃고 헤매었다,
헤매다 헤매다 눈물이 다 갈라져 바스락거릴 때쯤 눈꺼풀의 가장 깊은 바닥에 닿았다, 배가 바닥에 긁혀 끼잉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꺼풀을 열어, 젖혔다, 눈을 뜬 밤에는 아무 이유가 없었고 눈을 감은 밤에는 갈 곳을 잃어서 반쯤 눈을 뜬 채, 반쯤 눈을 감은 채, 우두커니 마지막 여백을 지샜다,
아침이 먼 에움길을 돌아 여백으로 밀려올 때야 축축했던 언어들이 하얗게 바래졌다, 약간은 눅눅한, 겉보기에는 모르나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 보면 젖음을 알 수 있는 공기 가운데 호젓히 서서 나는 바싹 마른척한다, 아침햇살에 흩어져야 할, 밤새 아스라진, 이토록 시린 언어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