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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 Sep 02. 2020

5. 의사 파업 - 소와 말, 황금사과

정부의 이간질에 대하여

#1.

어떤 농부에게 소와 말이 있었다. 소는 쟁기를 메고 땀을 구슬려 밭을 일구었고, 농부는 그렇게 재배된 작물을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읍내에 가져다 팔았다. 한지붕 아래 사는 소와 말은 결의를 다졌다. 소는 묵묵히 밭을 갈았고, 말도 묵묵히 마차를 끌었다. 그리하여 피어난 작물들은 다른 논밭의 작물보다 월등히 때깔이 고왔고, 농부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ㅋ-작물'이라 칭하였다.

명절이 되자 사촌에, 팔촌에, 사돈의 팔촌에, 지역 유지까지 연락이 왔다. 개중 농부의 가족도 있었지만, 농부에게 논밭을 빌려준 이부터 농부를 응원해준 이까지 모두가 이번 추석에 모이기로 하였다. 어찌 됐든 그의 자수성가를 도운 이들이니 농부는 그들에게 대접을 해야 했다.

아무리 대단한 작물이라 한들 밥상에는 고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농부는 소를 잡기로 한다. 비슷하게 생긴 것이 말도 쟁기를 끌 수 있을 것 같고, 안되면 채찍질 몇 번 하지라는 생각으로. 명절을 준비하느라 말의 먹이는 줄여도 말의 털은 곱게 빗질하며 농부는 말한다. 소의 먹이에 독약을 넣어주렴. 소고기나 말고기나 밥상엔 올라가겠지만 말이야.

#2.

그리스로마 신화에 '황금사과'에 대한 일화가 있다.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다른 신들은 다 초청받았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초청을 받지 못하였고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를 몰래 놓아두고 가버린다. 이를 놓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누가 황금사과를 가져야 하는지를 놓고 다투게 되고 이는 트로이전쟁의 불씨가 된다.

하지만 소 말에게 황금사과는 필요없다. 단지 그들이 일할 논밭과 굶지 않고 일할 먹이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하여 피어난 작물이 그들의 보람이다. 어차피 기껏해야 도금인, 진짜 황금이 아닌 것도 알고 있는 마당에 황금사과 따위는.

코로나 현장에 의사가 1790명, 간호사가 1563명이 있었다는 등의 통계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땀 흘렸으니. 가장 저열한 속내를 가진 자는 황금사과를 슬며시 내려놓는 자이다. 영광을 쥐어주는 척하지만 실제론 자신의 속내만 채울 사탕발림이다.

"분열시켜 지배하라, 좋은 구호다. 단결시켜 이끌어라, 더 나은 구호다.
Divide and rule, a sound motto. Unite and lead, a better one.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리더는 지배하지 않는다. 리더는 이끄는 자이다. 당신의 칼은 소와 말의 목을 베기 위해 쥐어진 것이 아니며 소와 말 사이를 가르기 위해 쥐어진 것도 아니다. 칼을 휘두르는 자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칼의 무게를 되뇌어야 한다. 始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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