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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 Aug 31. 2020

4. 의사 파업 - 집으로

#1. 야구野球

야구에는 '볼넷'이라는 규정이 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는 '볼'이 되고 투수가 '볼'을 네 번 던지면 타자는 1루로 걸어 나가게 된다.

초창기의 야구에는 '볼넷'과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기다리고 투수는 계속해서 공을 던진다.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오면 타자는 배트를 휘둘렀고 타자가 휘두르지 않는 한, 투수는 하염없이 공을 던져야 했다. 투수는 단순히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공을 던져주는 역할일 뿐이었다.

허나 현대 야구에서는 투수의 위상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투수는 타자가 치지 못할 정도의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며, 타자는 투수가 윽박지르는 공을 견뎌내며 쳐야 한다. 좋은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으로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고, 좋은 타자는 '볼'은 거르고 '스트라이크'를 잘 치는 타자가 되었다.

어찌 되었던 간에 투수는 경기를 끝내려면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던져야 하고, 우리는 그들이 올바른 공을 던졌을 때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모종의 이유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여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는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엉뚱한 공을 던지면 지켜보는 것, 제대로 된 공을 던지면 힘껏 배트를 내는 것. 이를 통해 우리는 홈(home)으로 돌아올 수 있다.

#2. 전쟁戰爭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 프레데릭 윌리엄 란체스터(Frederick William Lanchester)는 세계대전을 분석하면서 다수는 소수보다 더 적은 피해를 보며 제압할 수 있다는 법칙을 만들었다. 일명 '란체스터 법칙'.

백병전처럼 1차원의 대결에선, 공격력은 무기의 질 × 무기의 숫자가 된다. 따라서 m만큼의 전력을 보유한 A와 n만큼의 전력(m>n)을 보유한 B가 전투를 펼치면 [A의 생존자: m-n, B의 생존자: 0]이 된다. 반면 협공이 가능하거나, 발사형 무기를 쓴다면 화력의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에 2차원적인 전장이 형성되며, 미분방정식을 통해 [A의 생존자:  sqrt{m^2-n^2}, B의 생존자: 0]이 도출된다. 고로 2차원 이상에서 소수의 손실은 다수의 손실을 상회한다.

란체스터 법칙에 따르면 소수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허나 이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는 비대칭 전력. 쉽게 말해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필살기'이다. 군사학자 리델 하트는 비대칭 전력에 대해 '전력 비교가 허용되지 않는 절댓값의 무기'라고 하였다. 예컨대 과거의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오늘날의 핵무기, 더 나아가 광의적으로 제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이 영국의 경제를 교란하기 위해 살포한 위조지폐까지도 손꼽을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확실한 데미지를 주거나 강요할 수 있는 무기, 즉 비대칭 전력을 가지면 상대는 이에 의한 손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 전쟁에서는 비대칭 전력의 보유 여부가 전쟁의 핵심이 되며 소국이 대국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기가 된다.

#3. 야전野戰

야전. 우리는 우리가 몸담는 들(field)에서 전쟁을 하고 있고, 우리는 최일선에서 전투하는 야전군(field army)이다. 보건과 복지라는 들(field)에서, 얼마나 큰 흐름의 한가운데서 어떠한 전쟁을 하는지 명심해야 한다.

일명 '공공재 법'이나 '북한 의료인강제징용법', 기존 4대 악법인 공공의대 신설, 의대증원에 지자체가 의대를 마음대로 개설하는 법 등은 국가가 인력을 통제, 지정, 관리, 차출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파업 일주일 만에 행정명령과 형사고발을 자행했다는 것. 이는 공권력으로 집단을 탄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저들은 평등과 기회, 정의와 복지를 빙자하여 단상에 오르려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은 기록에 남고 역사에 새겨진다. 앞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다시금 목소리를 낼 때, 가이드라인이 될, 레퍼런스가 될 전례를 만드는 중이다. 맨땅에 선을 긋는 중이다. 선은 길이 된다. 길은 미래가 된다. 우리는 지금 눈앞뿐 아니라 먼 훗날의 멱을 쥐고 있다.

날개 꺾인 새에게 더이상 비행은 없으며 고개를 숙일 때는 허리까지 숙일 각오를 하여야 한다. 그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고 우리는 담장을 넘길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 있다. 우리는 정부의 대처가 가지는 함의와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다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홈으로,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자. 아니, 저들은 칼을 뽑았으니 무엇이라도 썰겠지. 우리는 무엇이라도 뽑아서 칼을 썰어보자. 당당하게 돌아가자. 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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