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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 Feb 08. 2024

각색

필수의료패키지&의대증원

#. 각색 1 - 지마위록指馬爲鹿

녹용으로 탕약을 끓여먹고 싶은 황제가 있었다. 조고는 황제의 눈에 들고 싶었다. 허나 황제는 우매하여 마구간에 있는 말을 바쳐도 눈치 채진 못할 것 같았다. 산에서 사슴을 찾아 헤매는 일은 꽤나 고된 일이었거든. 그리하여 그는 말 한 마리를 황제에게 바치면서 "사슴입니다"라고 하였다.

황제는 애초에 높고 귀하신 검투사 출신이라 축산업에는 일가견이 없었으므로, 말인지 사슴인지 모른 채 "오, 이것이 사슴이구나" 하였다. 주위 신하들 중 누구는 침묵하였고, 누구는 사슴이라고 하였으며, 누구는 "이건 단지 말(馬)입니다”라고 했다.

"말을 모조리 잡아가면 누가 마차를 끌고, 짐을 나르겠습니까. 심지어 말은 뿔도 없습니다. 폐하."

그러자 황제는 말했다. "짐이 사슴을 먹어서 말이 부족하다면, 말을 더 낳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 각색 2 - [헌법 제15조] 가축 선택의 자유

말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사료는 차치하더라도, 말을 키운다고 사슴이 될 리가. 말을 키워놓으면 언젠가 뿔이 나서 사슴이 되겠거니 하지만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사실 일부 말은 사슴이 될 수 있었다. 특별한 약, 아마도 무슨 뽕이라는 약을 맞으면 머리에서 녹용이 자라나 사슴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터무니 없는 전설이다. 설령 말이나 사슴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편자를 발에 박은 채 수레나 끌다가 잡아먹히기 일쑤인 말이 될 리가. 그렇다고 뽕을 맞고 사슴이 되면 정말 보양식으로 잡아먹힐 텐데 심지어 그 사료도 더는 못 주겠대. 그리하여 나는 그냥 돼지로 살래요, 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여기까지가 이렇게 삼겹살이 국민음식이 되었다는 잔혹동화이다.



#. 각색 3 -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대머리 아님)

"여섯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말이나 사슴이나, 돼지나 소, 닭이나 모두 잡아먹히기는 매한가지이다. 잡아먹히고 싶진 않았던 가축들은 <동물 농장>으로 찾아갔다. 육식동물도 아닌 것이 우리와 같은 초식동물인데, 다 같이 콩고기를 만들어 나눠 먹자고. 가축이 없으면 경작은 누가 하고, 수레는 누가 끄는가. 고기 먹고 배탈 나지 말고,  소가 쟁기를 끌고 말이 수레를 날라 배고픈 이 없도록 콩을 키워 나눠먹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앞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녹용과 말고기를 먹고 싶은 것은 국민들의 염원이니라. 씹고 뜯고 맛보다 보면 잡아먹히기 싫은 사슴, 말들은 시골로 도망가지 않겠는가. 그리하면 모든 국민이 녹용을 먹을 수 있을 걸세.

잠시만. 어라, 왜 황제는 두 발로 서있지, 하는 순간 그 뒤로 보이는 마지막 계명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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