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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Mar 30. 2021

【버리는 게 능사?】

 불편하면 버렸다. 오래 되도 버리고 새것으로 바꿨다.


 최근 내 몸에 50년을 넘게 붙어있던 이빨 네 개를 뽑고 임플란트를 했다. 이빨 간격이 좁아지면서 두 개가 겹치고 결국 흔들려 뽑았다. 그런데 자리가 좁으니 두 개를 더 뽑아 네 개 자리에  세 개를 만들자고 치과에서 제안했다. 못난 이빨이 모양도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되어 약 3개월이면 마무리된다는 말에 이빨을 뽑았다.


 처음 큰 기대와는 달리 연관통이 생겼다. 두 개를 뽑고 하나를 처음에 심었는데, 그 옆 송곳니가 아팠다. 비롯 못나고 약했지만 두 개가 꽤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나보다. 그 지지하던 이빨 두 개가 사라지니 송곳니의 기댐이 심해져 심한 통증이 왔다. 거기에 더해 멀쩡하던 윗니와의 충돌이 생기면서 또 다른 이빨이 말썽이다. 총체적 난국이 된 것이다. 충돌 되는 이빨을 갈아 충돌을 완화시키면 또 다른 이빨이 충돌한다. 그리고 송곳니는 계속해서 연관통으로 고생했다. 보름이 지나면서 다시 두 개를 뽑고 하나 더 박았다. 그리고 마침내 임시치아로 세 개의 이빨이 되었다. 그런데 연관통이 더 심하게 생겼다.


 우리가 살아가는 조직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표가 난다”는 말이 있다. 주변에 오래되어서 퇴사한 선배 꼰대들이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다. 조직에서 몇 십 년을 일하다 세상의 발전 속도에 늦어지고 새롭게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치이면서 조직을 떠나게 되는 선배들이 종종 생각나는 것은 내가 늙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나도 불편하고 때론 저 꼰대 이제 그만 나갔으면 하지만 그들이 없는 자리에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가 있었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한다.

 오래되고 불편하면 바꿔야 한다. 그러나 끈끈하게 서로의 힘의 형을 맞추면서 아슬아슬 위기를 헤쳐 나가는 상황이라면 좀 더 숙고해야 할 것 같다. 들어내면서 생긴 구멍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누수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식사를 하면 늘 그곳에 음식이 끼고, 모양도 못나서 늘 불만이었다. 그 와중에 흔들리기까지 하니 ‘올커니, 이 참에 바꾸자.’는 심사로 치과로 달려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향후 후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괴롭고 아프다. 다른 치료방법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덤으로 오는 고통은 내꺼 아닌 내 것이 내 것인 척 하고 있는 바람에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면 영락없이 내 연구개가 타들어가고 만다.


 결정은 내가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에 이제는 조금 심사숙고해야 할 듯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문명의 이기가 과거의 기술을 몰아내더라도 근본을 없애는 것은 좀 더 숙고 후에 결정해야겠다. 조금 늦게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해야 후회도 없을 것 같다.


 에휴~ 첫 번째 임플란트는 자리를 못 잡아 두 번의 수술을 더 하고, 자가혈 치조골 이식을 거쳐 반 년 만에 자리를 잡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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