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축하합니다.”
교육팀에서 14년간 공채 신입사원만 약 2천 명 이상을 받은 것 같다. 해마다 어김없이 신입사원이 입사했고, 첫날 빠짝 긴장한 모습은 늘 한결 같았다. 설익어 보이는 발그스름한 얼굴, 뭔가 어색한 정장이 중학교 때 처음 입었던 교복만큼 헐렁했다. 나도 그들과 같은 마음과 떨림을 갖고 입사한 기억이 생생한데 왜 그렇게 노숙한 척했는지 모르겠다.
첫 날, 첫 시간이 대체로 나의 강의 시간이었다. 교육팀장에서 보직이 바뀌기 전 마지막 강의가 생각난다. 길지 않은 시간이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다 “어서 와, 회사는 처음이지?”라는 말로 시작했는데 왠지 가벼워 보여 후회했다. 그들이 긴장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꽤 긴장하게 됨은 그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직장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직장생활은 편하지 않다. 편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직장에 들어온 순간 선수들끼리의 경합이고 경쟁한다. 그래서 조직은 살벌한 전쟁터와 같다. 신입사원들의 눈을 보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병사다. 애써 힘을 주고 있지만 눈동자는 ‘나 좀 봐줘요.’하는 어린 강아지의 눈처럼 순진하다. 언젠가 그들에게서도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눈빛을 읽을 수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첫 시간 강의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신입사원들의 그 어색함! 당분간은 처음 보는 회사의 선배, 임원에게 깍듯하게 절을 해야 한다. 수도 없이 해야 한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이상한 용어들이 조작적으로 정의되어 경영방침과 경영철학으로 그들에게 암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시중에서 팔지 않는 회사의 역사가 담긴 책을 읽고 독후감도 적어야 하니 교육 중 하루가 늘 불편하다. 회사라는 곳에서의 불편함은 그렇게 시작되고 누가 빨리 적응하느냐를 가리는 시합이 입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시행된다. 물론 그 속에는 그런 몹쓸 시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전체 중 80%가 직장생활에 약이 되고 몸에 좋은 영양제라면 약 20%는 철저히 조직의 목적에 맞춘 교육이 된다. 바로 그 20%가 불편함을 100%로 보이게 만든다.
언젠가 오랜 강의로 인해 ‘족저근막염’이라는 병이 찾아온 적이 있다. 내 몸 전체가 100%라면 95%는 멀쩡했다. 그런데 발바닥에 그저 약 5%의 영향을 미칠까 말까 하는 그 병이 내 몸을 온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작은 불편함이 전체적인 병자로 만들고 있었다. 사실 무지하게 아팠지만 한쪽 발이 없다고 생각하고 강단에 섰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점점 아픔과 불편함이 덜해지고 그 불편함에 대한 불평도 사라졌다.
회사도 내 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내온 회사는 늘 불편하다. 그런데 그 불편함을 전체로 보면 안 될 일이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곳에서 그저 조금 불편하다고 세상에 대고 불평을 늘어놓으면 나만 손해가 아닌가.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어서 와, 회사는 처음이지?’하면서 이곳은 참 불편한 곳이야. 그런데 95%는 매우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알려줬다. 단지 그 불편한 5%에 사로잡혀 가끔은 전체가 불편하게 보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불편함도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