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회사다? 상사는 안주지!】

by 섬돌


대기업 입사 1년 내 퇴사율이 약 27%라고 한다. 왜 이렇게 퇴사율이 높을까? 몇 년 전 <미생>이란 만화에서 ‘상사가 회사다’라고 하는 글귀가 기업 문화에 큰 파문이 되었던 적이 있다. 그도 그렇듯 대체로 퇴사하는 직원의 숨겨진 사유가 대부분 상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느꼈던 직원들의 인식이라면 <미생>에서 이야기하는 ‘상사가 회사다’라는 말은 어린 미생들이 상사의 행동과 그들의 리더십을 보고 느끼는 것이 곧 회사라는 말이고, 회사의 좋고 나쁨이 상사의 좋고 나쁨과 동일하다는 말이었다.


‘라떼는 말이지’

상사는 술안주였다. 왜 그랬을까? 그 땐 상사는 전지전능한 권한을 가진 불가침의 대상이었다. 의견개진이란 사표를 보기 좋게 던지고 난 후의 행동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니 오죽이나 스트레스가 심했을까? 다만 퇴사율이 낮았던 이유는 아마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의식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았고, 장가라도 가서 자녀가 생기면 처자식 때문에 참는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과 회사에서 받은 상사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일단 상사가 절대로 찾을 없는 곳으로 잠수를 타야했다. 상사와 동선도 겹치면 안 된다. 직원들의 집근처나 아주 많이 떨어진 외진 대폿집을 정해 삼삼오오 모여야 했다. 이내 꼰대가 없는 자유를 만끽하며 ‘뒤 담화’의 향연을 펼친다. 다섯 명이 모여서 왁자지껄 상사를 잘근잘근 씹다보면 어느덧 쌓이는 술병에 비해 안주가 턱없어 보인다. 그래도 좋았다. 비싸고 기름진 안주는 필요 없었다. 상사를 씹는 맛이야 말로 산해진미였다. 어느 강사가 뒤 담화를 하면 결국 동티가 나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교육이 생각난다. 그런데 교육은 교육이고 현실은 달랐다. 실컷 씹고, 뜯고, 맛보고, 마시고 나면 스트레스가 날아갔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부장들과 술자리를 했다. 녀석들이 하소연이다. 밀레니얼들과 말이 안 통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수틀리면 나간다고 하니 지시를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제는 상사가 아니라 팀원이 안주인가 싶다. 하지만 그 녀석들 나를 술안주로 올려놓고 잘근잘근 씹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나는 좋다. 이제는 나에게 “술 한 잔 사 주소, 형님!‘하니 말이다. 다만 안주의 대상이 바뀌는 것은 그들도 꼰대가 되어가고 있음이다. 꼰대의 술안주는 팀원이 되고 있고, 팀원의 술안주는 아직도 상사인지는 모르겠다. 이미 밀레니얼이라는 세대의 경계는 술자리를 같이 하기 어려운 철조망처럼 느껴지니 그들이 퇴근 후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술자리 부장들에게 한 마디 했다. “야 이놈들아, 하던 데로 해라. 좀~”하고 말이다. “원래 니들은 상사를 씹는 DNA를 타고 났는데, 왜 지금 팀원들을 탓하며 술을 먹냐?” 하고 되물었다. 순간 멍해진 그들의 표정에서 내가 이놈들 뒤통수를 제대로 갈겼다는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를 씹으며 안주거리로 삼던 놈들에게 복수를 했다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아주 상쾌한 귀가 길에 올랐다. ‘회사 간다’ 말하고 ‘내 상사’를 만나러 가는 아이러니는 밤이 오면 회사도 상사도 맛난 안주가 되는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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