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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Apr 01. 2023

2023년, 학급 반장은 필요한가

중학교 반장선거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중학교에서는 3월 둘째 주 반장선거를 한다.

십여 일간 지내보고 반장을 뽑는 셈이다. 내가 맡은 학급에서는 6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최다 득표자가 반장, 차점자가 부반장이 되었다.


요즘 반장선거는 본인이 희망하는 사람이 출마한다.

80년생인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아니 불과 몇 해전만 해도 반장은 학급 구성원의 추천을 받아 이루어졌는데. 언젠가부터 희망하는 사람이 후보자가 되는 시스템으로 변했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유가 학급을 위한 봉사의 마음이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중학교는 내신성적을 계산하여 고등학교 진학 시 활용한다.

이 내신성적에는 학급 임원 가산점이 들어간다.

이것을 이미 숙지하고 온 다수의 학생들은 반장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

솔직함이 가끔은 독이 될 때가 있다.

가산점 때문에 반장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속내를 숨겨주면 좋으련만, 가산점을 받고자 반장에 나왔으니 내게 한 표를 부탁한다고 당당히 밝힌다.

솔직함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가산점 때문에 반장이 되겠다는 솔직함은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리더의 자질과 가산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반장을 했다고 가산점을 굳이 주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중학교 반장은 어떤 일을 할까?

20여 년간 학교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반장이 하는 일은

첫째, 수업 시작과 끝날 때의 인사.

둘째, 학급에서 뭔가를 결정할 때의 진행.

셋째, 학급에서 벌어진 담임교사가 알아야 할 일들에 대한 전달.

요정도가 아닌가 싶다.


세월이 변하면서 중학생의 삶도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삶의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 중학교 반장제도도 조금씩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수업 시작과 끝 인사는 꼭 반장이 해야 할까?

사실 차렷을 외치고 공수를 외치는 인사가 가끔은 어색할 때가 있다.

"여러분 인사할게요.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수업을 시작기도 한다.

결정과 진행에 있어서도 이끌어가는 사람이 필요할 테지만, 함께 참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구성원 모두가 한 번씩 돌아가며 반장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일 년간, 한 학기 동안 한 사람만 하지 말고 모두가 한 번씩 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반장이라는 자리가 한 사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10년 전의 중학생과 20년 전의 중학생.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중학생.


20년간 중학생을 지켜본 결과, 많이 달라졌음을 요즘 부쩍 느낀다.

사춘기라는 과정을 겪는 공통점은 세월이 흐름과 상관없이 같지만, 묘하게 구석구석 많은 점이 다르다.

지적 능력은 예전보다 뛰어나다.

보고 들은 것이 많다 보니 지식은 더 풍부해졌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 격차가 커졌다. 그 격차는 안타깝게도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봤을 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훌륭하다.

그런데 함께 무언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예전보다 잡음이 심하게 생기는 것 같다.

자신이 손해 볼 때도 있고, 타인으로 인해 난감해질 때도 있는데.

과거의 중학생들은 억울해도 속상해도 가끔 참는 모습을 보였다면 현재의 중학생들은 절대 참지 않는다. 속상함을 억울함을 토로하고 교사에게 분함을 표출하고 누군가의 잘못을 지나치게 들춰내려 한다.


마음의 맷집이 마음의 근육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갈등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늘 좋은 순간만 있는게 우리의 삶은 아닌데.

속상함과 갈등에 적절히 대처하는 무너지지 않는 마음 근육이 필요한 것 같다.


다음 글은 중학생과 마음 근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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