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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Mar 07. 2023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의 하루

스물일곱 명의 중학교 1학년들과 한 공간에서 지낸 지 나흘이 지났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은 2007년 이후로 처음이다.

수업이야 꾸준히 들어갔지만, 담임교사로 신입생을 만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들과 지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이 상당히 낯설다. 


헐렁한 교복을 입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니 참 귀엽다. 중학생이 어떻게 귀여울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중학교 1학년만이 갖는 묘한 순수함이 있다. 덩치는 크고 어른 같지만 그 속에서 뿜어내는 순수함.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엔 이들에게도 사춘기가 강림하여 순수함을 잃어갈 테지만.

딱 한 학기만이라도 그들의 순수함을 보호해주고 싶다.




신입생임을 뽐내듯 이들의 순수함이 가장 돋보이는 시간은 아침 조회 시간이다.

전날 나눠준 가정통신문을 언제 수합할 건지, 교복이 불편한데 안 입으면 안 되냐는 어이없는 질문까지 이것저것 쏟아내며 자기들끼리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대고 웃는다. 

적당 선에서 질문에 답을 해주고 분위기를 잡아본다.

눈치를 살피며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것도 순수함이 있기에 가능하다.


신입생의 하루 중 이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1학년은 학교 급식순서에 따라 마지막에 배식을 받는다.

3학년, 2학년, 1학년 순으로 배식을 받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반은 1학년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배식을 받게 되었다. 당분간은 아이들을 인솔하여 급식실로 데려가고 있다. 번호 순서대로 배식을 받아 급식을 먹고 있는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참 배식 시간은 길고 줄은 줄어들지 않는다.

기다리고 밥 먹으면 5교시 예비종이 친다.

그래도 불평 없이 맛있게 급식을 먹고 빠듯하지만 바지런하게 5교시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5교시를 준비해야 하는 급박한 시간임에도 빠른 속도로 급식을 두 번 먹는 아이도 있고, 초등학교 때보다 맛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며 급식 메뉴를 한 가지씩 평가하는 아이도 있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급식을 먹지만 모두들 점심시간엔 즐거워한다. 


신입생의 하루 중 이들이 가장 애정하는 시간은 종례시간이다.

애정하는 시간을 맘껏 느낄 수 있도록 이왕이면 빨리 보내려 노력한다.


적응하며 나흘을 함께 견뎌낸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

이 아이들과 앞으로 일년 간 정말 잘 지내보고 싶다.

잘 부탁한다.




방과 후. 

교실을 정리하다, 이들과 지내고 있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꾸준하게 기록으로 남겨볼 생각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반장선거를 대하는 신입생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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