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는 중학생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들이 가장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시기거든요.
오늘은 한없이 예민하고 그래서 가까이하기 두려운 중학생들과 6월을 잘 견뎌내는 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적절한 드립(국어사전에는 애드립 ad lib이라고 나오네요. 명사로 남을 웃게 하기 위하여 즉흥적으로 하는 말을 뜻합니다.)은 삶의 유쾌한 요소가 됩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유머 감각 있는 인싸로 등극할 기회를 가져다주고요. 때론 센스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줍니다.
하지만 과도한 드립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해요.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한 드립은 언어 폭력이 되어 학교폭력이 될 위험성이 짙어지죠.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를 망치게 하는 주역이 될 때도 있어요. 때와 장소를 구분한 적절한 드립이 필요합니다. 드립의 소재 선정 역시 매우 중요해요. 엄마, 아빠 또는 그 외 가족이 드립의 소재가 될 경우 100퍼센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패드립이라 하는데, 중학생들은 이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패드립을 듣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패드립을 들으면 피가 역류하고 화가 솟구쳐요. 가족을 건드린 몹쓸 인간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어지죠. 하지만 어른들은 패드립하는 인간의 인성이 딱 그 정도겠지 생각하고 잊고자 노력합니다.
그런데 억울한 것을 몹시 엄청나게 싫어하는 정의감 넘치는 중학생들은 달라요. 사춘기 초절정에 있는 중학생들은 패드립을 들으면 완전 돌아 버립니다. 눈앞에 보이는 게 없어지죠. 그리고 중학생들에겐 의외로 정의감으로 포장한 오지랖이 넘쳐납니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 분명한데도 응징하겠다고 난리를 칩니다. 본인 일이나 똑바로 하면 될텐데 과한 오지랖을 부리다 억울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오지랖도 6월엔 정말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6월의 출근길입니다.
덥고 습한 기운은 나도 혹시 분노조절장애인가를 의심하게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날이네요.
연이은 수업과 반복되고 지리한 학생지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울면서 교무실로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네요. 열 다섯이라는 나이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광경입니다. 눈물까지 보이며 떼쓰는 아이가 딱해 보입니다. 눈물을 닦으라고 휴지를 건네며 “무슨 일 있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 보니 속상한 일 있나 보네. 네가 이렇게 울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도 참 속상하다.”고 차분히 말해봅니다.
아이는 화를 조금 삭히는 눈치네요. 이때다 싶어 얼른 아이에게 시원한 냉수를 한잔 건넸어요.
“물 좀 한 잔 먹고, 무슨 일인지 선생님에게 얘기해봐.”
열다섯살.
저보다 한뼘은 큰 아이가 화난 이유는 엄마를 소재로 패드립 발언을 짝꿍 때문이었어요.
짝꿍을 불러서 또 물어봤죠. 패드립 한 게 맞냐고요. 수업 중간 중간 아이를 달래고 패드립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어요. 가만히만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는 불쾌한 날씨인데 이런 저런 학생들의 민원을 처리하다 보니 지칩니다.
울며 떼쓰던 아이는 며칠 뒤, 엄마를 소재로 패드립 한 학생을 참을 수 없다며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어요. 증거도 나름 촘촘히 수집했더라고요. 가해자로 신고당한 아이는 예전에는 장난으로 받아줬는데, 지금 와서 왜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억울해했어요.
괜찮았던 일도 안 괜찮아지는 날이 있어요.
6월이 그렇습니다.
덥고 습한 불쾌함은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어른도 이런 날은 참기 힘들잖아요. 하물며 중학생은 어떻겠어요. 중학생의 감정은 날씨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아요. 그리고 이들은 날씨뿐 아니라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마음이 분주해지면 짜증이 늘어갑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짜증은 예전엔 장난이었던 것도 장난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죠.
6월.
중학생들은 몸과 마음이 분주해요.
각종 수행평가 제출과 기말고사 준비까지 더해져 매우 분주합니다. 그리고 지쳤어요.
그러니 자연스레 짜증이 늘어날 수 밖에 없죠.
3월은 새 학기라 잘 보이고 싶어 애써 버팁니다.
4월은 이제 조금 적응돼서 학교생활에 재미 좀 붙였으니 버텨봅니다.
5월은 여러 가지 행사로 며칠 학교를 빠지니 그 작은 즐거움으로 버팁니다.
6월은 버텨낼 명분이 없어요.
버텨야 하는데, 날씨는 습하고 덥고 불쾌하고 하라는 건 많으니 짜증이 늘어갑니다.
그리고 제일 싫은 시험도 있고요.
6월은 중학생들에게 힘든 시간입니다.
불쾌한 6월의 중학생들과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저는 의식적으로 6월을 조심해요.
하고 싶은 말은 반만 하고요. 아주 많이 조심합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들을 조금씩 하며 그 즐거움으로 버팁니다. 여러분도 6월에는 중학생들을 조심하세요. 이들이 가장 날카로워지는 시기거든요. 이 시기만 지나면 조금은 온순해지더라고요.
6월이 이제 절반 남았습니다. 남은 6월 우리 잘 버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