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lden Tree Mar 26. 2021

퇴근하자마자 출근하는 여자

집안일을 대하는 남자와 여자의 자세

퇴근을 하면 뭐 하나.

제2의 일터로 출근하는 것을.

더 빡세고, 더 지리한 일들이 기다리는

내 두 번째 일터.


이 일터는 주 7일 꼬박 근무해야 한다.

명절휴가 따위는 없다.

오히려 명절엔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동까지 더해져 정말 빡세다.

이 일은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하루라도 농땡이를 부리면 티가 확 난다.


일을 대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여자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그녀는 직장에서 입은 옷 그대로 밥을 하고

출근할 때 건조기에 넣어둔 꼬깃꼬깃한

옷을 꺼낸다.

아이들 가방에서 가정통신문과 알림장을 확인한다.

준비물이 있으면 다시 나가야 한다.


저녁 메뉴라고 해봐야 별다른 것 없는 

서너 가지 메뉴로 로테이션 하지만 

해보지 않았음 쉽다고 말하지 마라.

메뉴 선정, 차리기, 치우기를 끝내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짬을 내서 후딱 씻고, 애들을 챙긴다.

그러다 보면 10시, 11시.

핸드폰 좀 뒤적이다, 피곤에 쪄든채로 잠든다.




남자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퇴근을 한 그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진다.

저녁이 뭐냐고 묻는다.

저녁 메뉴를 듣더니 못 마땅한 표정이다.

아이들을 챙기라는 여자의 말에 뭘 하라는 거냐고 묻는다.


그는 뭘 해야 하냐고

10년 넘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그는 늘 같은 질문이다.


저녁을 드신다.

저녁을 드시더니

운동을 하러 나가신단다.

어떤 날은 친구를 만나신단다.


여자에게는 몇 되지 않던 친구들도,

결혼과 육아로 끊긴 지 오래 건 만...

그는 여유 있는 호사를 부리신다.


밀린 집안일은 고스란히 여자 몫.

남자는 자기가 내킬 때 도와주고,

여자가 시킬 때만 억지로 뿐이다.


불만에 가득 찬 여자는

'이러려고 우리 부모님이 뼈 빠지게

고생해서 대학까지 졸업시킨 줄 아냐?'

고 소리친다.


남자는

'옛날엔 밭일하면서 애도 여럿 키웠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를 꺼낸다.

 

여자도 이에 질세라,

'그럼 너도 6.25 전쟁 참전하지 그랬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여자와 남자의 싸움에 종지부는 어디인가...




언제까지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만의 몫일까?

언제까지 남자는 도와주는 역할만 할 것인가?

이런 고리타분한 역할분담 논쟁이

내 세대에서 끝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남편 들으라고,

큰소리로 아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이 자식아, 네가 먹은 건 네가 치우고,

 네 빨래는 네가 개키고, 설거지도 배워라.

 곱게 큰 남의 집 딸 데려다 고생시키지 말고..."





작가의 이전글 긍정 근육기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