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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Apr 24. 2021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단톡 방 중에 제일 어려운 톡방이 있다.

답글조차 달기 어려운 톡방.

어쩌다 답글을 달기라도 할 때면, 몇 번이고 쓴 글을 읽어보고 글을 올리는 어려운 톡방.

희한하게도 이 톡방에서만 난감한 일들이 생긴다.


몇 달 전, 우연히 톡을 보다가 어려워서 답도 잘 못 남기는 그 톡방에  내가 남긴 흔적이 있는 거다.

눈을 의심하며 봤지만, 어김없이 나였다.

내가 남긴 건...



이게 무슨 일이더냐..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딸아이의 장난일까?

10살 딸아이는 자기는 절대 아니라며 억울해한다.

그럼 누구인가?

13살 아들은 자기가 그런 행동을 할 나이는 아니라며 어이없어한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어째 이런 일이....

단톡 방에는 딸아이의 실수 같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며 죄송하다고 납작 엎드려 사죄의 글을 썼다.


그날 이후부터 실수를 할까 두려워 핸드폰 만지기가 겁났다.




며칠 전, 코로나 기사를 확인하다 잠깐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그 어려운 톡방에 내가 또 흔적을 남겼다. 이번엔 코로나 기사를 전송한 거다.


발견 즉시 삭제를 해서 24명의 단톡 방 구성원 중 2명만 읽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 상황 역시 매우 난감하다.


삭제를 했으나... 

삭제된 메시지라는 흔적이 남는다.

실수의 흔적까지 지워주면 좋으련만,

실수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떤 메시지를 보냈길래,

삭제까지 했을까 하는 사람들의 오해가 두려워,

다시 한번 사죄의 글을 남겼다.


세 번째 실수는 절대 용납이 안된다.

카톡의 기능들을 이것저것 공부해본다.


유레카!!!

이거다! 이거!

카톡 잠금 기능!!!!

이걸 이용하기로 했다.

입력창에 자물쇠 표시가 뜨고,

요것을 눌러야 메시지 입력이 가능하다.


'대화에 주의가 필요한 방입니다.'라는

친절한 안내 메시지도 뜬다.

단톡 방에 카톡 잠금 기능을 설정했다.


요걸 설정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인생에도 카톡 잠금 기능처럼,

주의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조심하세요!

라는 안내메세지가 있다면,

우리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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