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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May 19. 2021

하늘에서 키를 잴 수 있다면...

제자와의 만남이 준 교훈

"선생님, 제 동생이 5학년이고 제가 중2인데,

 동생이 저 보다 20cm가 커요.

 어제는 동생 친구가 저보고 **동생이냐고, 묻는데 정말 창피했어요.

 저는 왜 키가 작을까요?"


몇 해전,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제게 심각하게 털어놓은 고민입니다.

그 아이에겐 인생을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큰 고민이었죠.

아이는 웃어도 웃는 게 아닌,

늘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어요.




며칠 전,  군대를 제대한 그 아이를 다시 만났어요.

고맙게도 스승의 날이라고 연락을 줬어요.

 

중학교 2학년 남자반에서,

작은 키 때문에 늘 수심에 싸여 의기소침했던

아이는 멋진 청년이 되었더라고.

잘 자라준 아이에게 참 고마웠어요.


키는 고등학교 가서 동생만큼 커졌고,

심지어 군대에 가서도 2cm가 컸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세월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고마울 때도 있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시절 심각했던 일들을 서로 웃으며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를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하늘을 보며,

하늘에서 키를 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우리는 모두 똑같아 보이지 않을까요?

큰 키의 기준은 뭘까요?




앞으로 키가 작아 고민하는, 귀엽다는 말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중학교 남학생들에게 키는 고등학교 가서도 심지어 군대에 가서도 큰다고...

선생님이 그런 사람을 목격한 증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정해 놓은 삶의 기준들은 상대적이니, 그 기준에 얽매여 즐거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고  줘야 겠어요.

지금은 죽을 것 같은 고민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도요.


어른이 된 제자와의 짧은 만남은 제게 배움을 선물해 준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삶이 공부라는 것을 40이 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율곡의 격몽요결 서문 속 한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 지금 사람들은 공부란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높고 먼 곳의 일이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라 잘못 생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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