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폰 쓰는 교사입니다.
새 학기를 준비하며 마음과 몸이 모두 분주했던 2월.
이 기간에 내 머리를 복잡하게 한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투폰을 쓸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일과 사생활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여겨 업무용 폰과 개인 폰.
두 개의 핸드폰을 사용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몇 해전만 해도 핸드폰을 두 개 가지고 다니면,
"저 사람 뭐야? 사생활이 복잡한가?"라는
의문을 품고 이상한 눈으로 봤는데.....
이제 내가 투 폰을 사용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동료 교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낯선 번호이고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같은 번호로 오는 전화가 왠지 이상해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받았더니......
"선생님, 저 아시죠? 저 20**년에 **고등학교 다녔던 ***인데요."
동료 교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그래도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저 선생님 때문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선생님은 잘 사시나 봐요. 전 선생님 때문에 힘든데...."
그 말을 듣고 동료 교사는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몇 해전, 그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연루되어 전학을 가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후, 동료 교사는 누군가의 인생이 자기로 인해 망쳐졌다고 생각하는 그 학생의 말이 자신을 너무 괴롭게 한다고 힘들어했다.
그리고 언제 또 전화가 올지 불안하다고 했다.
교사는 매년 수 백명의 학생을 만난다.
그들의 삶을 모두 책임지기에는 교사도 작은 인간에 불과하다.
만약 그 학생이 동료 교사의 번호를 몰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한 가지 사건은,
아무 때나 울리는 카톡과 전화 때문이다.
물론 부모님들께서 모두 일을 하시니 바쁜 건 알지만
밤 11시에도 학교일을 묻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연락은 괴롭다.
몇 해 전, 한 어머님께서는 술에 취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전화를 하시기도 했다.
몇 번 받다가 전화를 거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나 역시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왠지 씁쓸한 교사의 투 폰 시대.
여러 고민 끝에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나와 함께하는 두 개의 전화기가 낯설지만,
교사로서의 나와
엄마이자 그저 평범한 아줌마로서의 내가 모두 행복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