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영의 다원주의(2)
“평범함 속에 위대함이 있고 거칢 속에서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이 일기도 함을 이 무렵의 김수영은 깨달았던 것 같다. 그것을 그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이라는 혹독한 체험, 가족과 떨어져 있던 시간과 그로 인해 들여다보게 되었을 자신의 내면, 그런 성찰의 시간이 가족과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했을 것이다.”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좋았겠다거나 “나의 위대의 소재(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 보고 짚어 보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일말의 후회,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는 말에서 감지되는 자조적 긍정의 어조는 가족이 일궈내는 일상의 풍경에 김수영이 평화롭게 머물지 못할 것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연극도 시도 부친이 그린 장남의 미래와는 거리가 멀었을 테니 부친의 얼굴을 바로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방이 되던 해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어 모친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었으니 그가 느꼈을 압박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장남에게 요구되는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던 김수영은 “모든 사람을 피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김수영의 초기 시들에서 ‘아버지’는 보는 행위를 동반하며 성찰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