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적 세계시민:김수영의 술과 어린 고양이

by 이건주
이건주의 박사논문 「김수영의 시에 나타난 다원적 세계시민주의 연구」(2025)를 알기 쉽게 수정 보완한 [K-문학:다원적 세계시민 김수영]의 일부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초고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김수영은 후기인 1960년대 시에서도 개별성과 보편성 가운데 어느 한 극점에 안주하려는 감정을 절제하고, 양극 사이를 끊임없이 이행하는 분열적 세계시민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양극 사이에서 중용을 추구하는 다원적인 세계시민이 양자택일적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는 세인(世人)들에게는 비정상적이고 분열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통념에 맞서서 중용적 절제를 통해 양극 사이를 끊임없이 이행하는 분열적 세계시민을 일관성 있게 제시했던 것이다.


먼저, 「술과 어린 고양이-신귀거래4」(1961)에서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를 끊임없이 이행하는 분열적 세계시민이 나타난다. 화자는 아무리 바빠도 “낮”에는 “일손”을 쉰다고 한잔, “저녁”에는 “어둠”을 맞으려고 또 한잔 마시는 거라고 말한다. 이것은 낮에는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마시고, 저녁에는 일이 끝났으니 “어둠”을 맞으려고 다시 마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는 산문 「요즈음 느끼는 일」(1963)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랑을 마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라고 하면서, “누가 무어라고 해도, 또 혁명의 시대일수록 나는 문학하는 젊은이들이 술을 더 마시기를 권장합니다. 뒷골목의 구질구레한 목로집에서 값싼 술을 마시면서 문학과 세상을 논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는 나라는 결코 건전한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3판:51)라고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일만 하지 말고 보편적 정신인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름” 부풀 듯이 기어오르는 “파도”가 제일 높은 “사안(砂岸)”에 닿으려고 싸우듯이 “너도 나도” 취하는 것을 “중용(中庸)의 술잔”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중용”은 가족의 생활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일만 하지 말고, 이를 절제하고 쉬면서 “구름”, “파도” 같은 보편적 정신과 균형을 유지하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는 생활과 정신을 고차원적으로 종합하는 변증법이 아니라, 양극 사이에서 중용적 균형과 절제를 추구하는 다원주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 그는 “바보의 가족”과 “운명”,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제시한다. 여기서 “고양이”는 보들레르의 시 「고양이」처럼 “아내”를, “어린 고양이”는 어린 자식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인 자신이 “바보”처럼 생활 능력이 없어서 “가족”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 운명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술취한 바보”의 가족과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시를 마무리한다. 이것은 비록 생활난을 해결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울고,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술에 취해서 보편적 정신을 추구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리 가족의 생활난이 심하더라도 낮에는 개별적 생활을 추구하다가도 이를 절제하고 밤에는 보편적 정신을 추구하는 중용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술 취한 바보”는 가장으로서의 개별적 생활과 세계시민으로서의 보편적 정신 사이를 끊임없이 이행하는 분열적 세계시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문학박사 이건주


「술과 어린 고양이」(1961)


「낮에는 일손을 쉰다고 한잔 마시는 게라

저녁에는 어둠을 맞으려고 또 한잔 마시는 게라

먼 밭을 바라보며 마늘장아찌에

취하지 않은 듯이 취하는 게라

지장이 없느니라

아무리 바빠도 지장이 없느니라 술 취했다고 일이 늦으랴

취하면 취한 대로 다 하느니라

쓸데없는 이야기도 주고받고 쓸데없는 일도

찾아보면 있느니라」

내가 내가 취하면

너도 너도 취하지

구름 구름 부풀 듯이

기어오르는 파도가

제일 높은 사안(砂岸)에

닿으려고 싸우듯이

너도 나도 취하는

중용(中庸)의 술잔


바보의 가족과 운명과

어린 고양이의 울음

니야옹 니야옹 니야옹


술 취한 바보의 가족과 운명과

술 취한 어린 고양이의 울음

역시

니야옹 니야옹 니야옹 니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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