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재를 기르기 위한 대입제도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AI 시대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수능체제도 수학과 과학 교과에 대한 기초 지식은 물론이고 심화된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28학년도 대학입시는 미적분과 기하 등 심화수학이 수능에서 완전히 제외되었고, 과학도 1학년 통합과학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는 2025년 입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2028학년도 수능시험은 완전 공통형이므로 선택 중심의 고교학점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지난 한국교총 설문조사(2025.6.12-17)에서도 2028 수능이 통합형으로 변경되면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의 선택과목이 모두 폐지된 것에 대해 ‘선택과목 폐지로 수능에 배제된 과목들의 정상적 수업이 어려워졌기에 반대한다’라는 의견이 59.9%로 가장 많았다. 반면에 ‘수능 선택과목은 학점제에서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을 저해하기에 통합형 변경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 이원화를 논의하는 것도 선택 중심 교육과정과 통합 중심 수능시험 사이의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과거 수능 2회 실시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AI 시대 미래 인재를 기르고,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심화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추가하고, 탐구영역도 기존 2과목 선택 체제로 환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과도하게 통합해 놓은 수능 체제를 통합과 선택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심화수학을 5교시 선택과목으로 추가


2028 수능의 가장 큰 문제는 AI혁명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수학영역에서 심화수학(미적분Ⅱ, 기하)이 제외되고, 공통수학(대수, 미적분Ⅰ, 확률과통계)만 출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 주요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신입생들의 수학 학력 저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교육부는 심화수학을 제2외국어/한문과 함께 5교시 선택과목으로 추가하는 시안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국교위는 심화수학이 디지털시대 미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제외하였다.


첫째, 국교위는 심화수학의 신설이 공정하고 단순한 수능을 지향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학은 국어에 비해 문이과 공통으로 완전히 통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국어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공통의 성격이 강해서 오래 전부터 문이과 공통형으로 출제되어 왔다. 그래서 선택형을 다시 통합형으로 개편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국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수학을 문이과 공통인 통합형으로 개편하는 것은 2028 수능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파격적인 일이다. 수학은 오래 전부터 인문계와 자연계로 구분되어 실시되어 왔기 때문에 창의성 교육을 위해 통합형 수능을 찬성하면서도 수학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사실 수학은 과목별 난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교육부 시안처럼 인문계열 지원자는 공통수학을, 자연계열 지원자는 공통수학과 심화수학을 모두 응시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국교위는 심화수학이 학생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시안대로 심화수학이 5교시 선택과목의 하나로 실시된다면,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비를 과도하게 늘리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인문계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고 자연계는 미적분Ⅱ나 기하를 선택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2028 수능에서 자연계 학생도 미적분Ⅱ나 기하를 응시하지 않아도 되므로 입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AI혁명 시대에 자연계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수학의 학습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셋째, 국교위는 학생들이 심화수학 영역에 해당되는 교과목을 학교에서 학습할 수 있고 대학은 그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굳이 수능에서 5교시 선택으로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학교 교과성적이 핵심인 수시 학생부전형에서 심화수학 과목성적을 반영하면 학생들이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시에서도 수능이 최저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수능에서 고난도 심화수학을 제외하면 지금보다 학생들의 학습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능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에서는 고난도 심화수학의 제외로 인해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변별력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쉬운 공통수학 내용을 가지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까다롭게 출제하다 보면 해마다 문항의 타당성과 신뢰성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들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다고 해도 학력 저하 문제가 계속 제기될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아니라 영어를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 설명대로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제외해도 고등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 영어를 수능에서 제외해도 고등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교육 경감 효과 면에서 보면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영어가 고등학교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배우는 심화수학보다 훨씬 크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수학교육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AI를 말하고, 반도체를 말하지만 정작 그 바탕이 되는 수학은 지금 붕괴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제는 ‘수포자’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진 나라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낙오하지 않고,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수학교육, 그것이 미래산업으로 가는 진짜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면서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도입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매년 전국 단위 수학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학생 5명당 교사 1명까지 배치하는 등 학교에서 수학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교위도 인정했듯이 심화수학은 AI 혁명 시대 미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과도하게 통합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애초 시안대로 심화수학을 5교시 선택과목으로 추가하는 등 AI 혁명 시대에 맞게 수학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능을 개편하기 바란다.


사회·과학탐구를 선택과목 체제로 개편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화학상도 일본이 학자에게 돌아갔다. 일본은 31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과학계 전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8 수능에서는 탐구영역에서 선택과목을 모두 제외하고, 1학년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에서만 출제된다. 이런 통합형 수능 체계는 학생들의 과학 역량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선택 중심의 고교학점제와 어긋난다는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고교학점제에서 사회와 과학에 개설되어 있는 수많은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과목들이 수능에서 제외됨으로써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고교학점제를 대비하기 위해서 2028 수능 개편을 시작한 것인데, 결과는 선택 중심의 고교학점제와 정반대인 통합형으로 수능이 개편되고 말았다.


현행 진로 선택과목에서 입증되었듯이 아무리 선택과목이 다양해도 대학입시에서 의미 있게 반영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엄연한 입시 현실이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1학년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수업이 끝나고 나면 사회와 과학의 수많은 선택과목들은 무시되거나 사실상 자습 시간으로 활용되는 등 무의해질지도 모른다.


교육부 발표대로 수능 탐구영역을 쉽게 출제하면 결국 수능이 국수영 중심 교육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이다. 교육부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기초 소양을 중심으로 쉽게 출제하겠다고 하면서, 사회와 과학의 기본 소양을 중심으로 평가하므로 사교육 수요가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쉽게 출제된다면, 정시파 학생들은 사회와 과학을 1학년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수준에서 멈추고, 수능에서 변별력이 있는 국수영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2028 통합형 수능이 다양한 분야의 기초소양을 함양하고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이라는 통합의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통합사회는 사회-지리-역사-윤리를,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을 1학년에 통합해서 교육하는 것이므로 수박 겉핥기식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개별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 없이 광범위한 통합만으로 과연 창의융합적 인재를 기를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수능에서 탐구영역도 완전 통합형에서 기존 2과목 선택체제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창의성 신장을 위해 필수적인 통합교육의 관점에서 보아도 수능에서 사회와 과학의 선택과목을 없앨 것이 아니라, 차라리 영어를 제외하는 대신 선택과목을 현행 2과목에서 3~4과목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정시 수능전형에서 수학에서 미적분을 응시해서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자연계 학생들이 교차지원을 통해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 학과로 교차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형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생기는 것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인문계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고, 자연계는 미적분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점수가 높으므로 똑같은 원점수를 받았더라도 보정하는 과정에서 미적분 응시자들의 표준점수가 높아지게 된다. 만약 이런 보정 장치가 없다면 자연계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점수 따기 쉬운 확률과 통계로 몰릴 수밖에 없으므로 미적분과 기하 등 어려운 과목들은 수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수능에서 통합이냐 선택이냐 양자택일식 이분법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수능에서 국영수를 통합 중심으로 개편하면서도 심화수학과 탐구영역을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선택과목으로 환원하는 등 통합과 선택 사이에서 다원적 균형을 추구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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