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AI 혁명 시대에는 기초 지식과 함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사의 교육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업 혁신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혁신을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수적이다. 충분한 인센티브가 따르지 않으면 그만큼 혁신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들은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였다. 그들은 오늘날 국가가 실패하는 주된 원인으로 착취적 경제 제도가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마련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신기술과 기능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 제도가 경제 성장에 훨씬 유리한 반면에, 소수가 다수로부터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 고안되어 사유재산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경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착취적 경제 제도는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나라마다 경제적 성패가 갈리는 주된 이유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경제적 삶을 지배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규칙”인 경제 제도가 국민의 저축과 투자, 혁신을 보상해 준 반면 북한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회주의 소련에서도 스탈린은 1931년 초반에 이미 금전적 인센티브가 없어도 기꺼이 일하는 ‘사회주의 남성과 여성’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직업마다 임금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상여금 제도를 도입하였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 학교나 공무원 조직, 일반 회사에는 혁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까? 아니면 그냥 하던 대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까? 다른 조직에서 그냥 하던 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학교만 예외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더구나 AI 시대 인재를 기르는 미래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 업무가 아니라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도록 성과급과 승진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수업 중심으로 성과상여금 개편
교원 성과상여금은 교사의 교육활동과 업무 성과를 평가하여 S, A, B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정교사, 기간제 교사 모두 지급 대상이며, 기간제 교사는 2개월 이상 근무하면 지급 받을 수 있다. 차등 지급률은 50%~100% 가운데 학교의 장이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교육부는 성과상여금을 임의로 균등 분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담합‧몰아주기 등을 통해 성과상여금을 수령하거나, 순환 등급 부여 행위, 성과상여금을 정상 지급 받은 후 협의(모의)하여 재배분하거나 재배분받는 행위 등을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하고, 지급받은 성과상여금 해당 금액을 징수하며, 적발 시점부터 1년의 범위에서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동안 일부 교원단체에서 교원 성과상여금을 반대하고 균등 분배를 했던 이유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교원의 교육적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교원의 교육적 성과는 학생 교육의 성과일 수밖에 없는데, 학생들의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 향상에 개별 교사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수치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학생들의 인간적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행 성과상여금은 근무 성적이나 업무 실적 등의 교육적 성과가 아니라, 업무의 곤란도에 따른 보상 차원으로 변화되었다. 교육부에서도 성과상여금 지급 목적으로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하여 교직 사회의 사기 진작을 도모”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교원 성과상여금 평가는 다면평가(정량평가, 정성평가) 결과를 활용하되, 학교에서 정성평가 반영 비율(0~20%)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학교마다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 객관적으로 점수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주로 교사의 수업 시수와 학교 담당 업무, 각종 위원회 참여 실적 등을 세분화해서 평가한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담임 업무나 학생 생활지도 업무를 기피하고, 부장 업무마저도 서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힘든 업무를 맡게 된 교사들에게 수업 시수나 업무 곤란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성과 상여금은 거의 유일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담임 업무에 생활지도 업무, 부담이 큰 행정 업무까지 담당하는 젊은 교사들에게는 성과상여금이 그나마 호봉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인식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MZ세대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공정한 능력주의’를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MZ세대는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경쟁하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젊은 교사들 입장에서 보면, 담임이나 생활지도부 등 자신들이 기피 업무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성과상여금이 보상 차원에서 지급되고 있는데, 호봉은 훨씬 높은데도 업무가 적은 선배 교사들과 균등 분배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과상여금 평가 기준을 수정‧보완하는 인사자문위원회나 다면평가위원회에 참석해 보면, 젊은 교사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제는 균등 분배가 아니라 더욱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학교의 행정업무는 성과상여금으로 보상할 것이 아니라 없애 나가야 하는 잡무이다. 그래서 교사가 아니라 교무행정실무사로만 구성된 ‘교무행정전담팀’이 교사의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학 본부처럼 학교 행정실에서 행정 업무를 전담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에서 교사들이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면, 성과상여금도 일상적인 수업 혁신이 가능한 교과 중심 체제로 개편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상여금 점수를 산정할 때 수업 시수, 다학년 및 다교과 지도, 수업 공개 및 수업 연구, 직무 연수, 교과 연구활동, 교과 연구대회 수상경력 등 ‘수업’과 ‘전문성 향상’ 항목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수업 중심으로 교원 승진체제 개편
AI 혁명 시대에는 필수적인 교사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 전문가인 교사들의 승진체제를 철저하게 교과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처럼 교사의 행정업무 경력이 교장으로 승진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아무리 수업 혁신을 외쳐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교원 승진제도는 학교에서 교사로서 활동하다가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는 경우와 교육청 전문직으로 전직했다가 승진하는 경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앞으로 AI 혁명 시대 필수적인 교사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서는 전문직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면서, 수업 혁신을 위해 교사들이 장학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교감,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 전문직 장학사는 수업 혁신을 담당하는 교과 전문가라기보다는 교육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관료의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학교 교사 출신이라고 해도 교육청으로 전직해서 장학사를 거치다 보면 교과 전문가가 아니라 행정 전문가로 변신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교장은 교육보다 행정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결국 학교가 교육 기관이 아니라 교육청 소속 하급 행정 기관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박형빈 교수의 <AI 시대 대한민국 교육 변혁>(2024)에 의하면, 미국에서 교장은 원칙적으로 “교육 리더”이다. 미국에서 교장은 관리자가 아니라, 학교에서 교사가 더 잘 가르치고, 학생이 더 잘 배우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수업 지도자”인 것이다. 그래서 교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교사의 수업 관찰이다. 교장의 수업 관찰은 일반적이고 당연한 행위이며, 교사평가의 주요 기준이다.
AI 시대 인재를 기르는 미래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교장의 일차적인 역할을 행정 관리자가 아니라 ‘수업 지도자’로 설정해야 한다. 교장은 행정 관리자이기 이전에 먼저 교육자로서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는 것을 핵심 역할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장을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단위 학교를 관리하는 행정가로 전락시키는 주된 승진 통로인 전문직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학에서는 총장이 되기 위해서 교육부나 교육청 전문직으로 전직할 필요가 없다. 대학 총장은 교수 가운데 선출하면 된다. 국립대학은 교육공무원법 24조에 의해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한다. 추천 절차는 대학별로 임용추천위원회를 두고 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자를 선정(간선제)하든지, 아니면 해당 대학 교원, 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직선제)하든지 하여 총장을 선출한다.
앞으로 교장도 교육청 장학사 출신이 아니라, 학교 교사 가운데 교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직을 폐지해서 학교 현장에서 수업 혁신을 위해 노력해 온 교사들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현장 감각을 잃지 않고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육청에서도 행정 업무는 교사 출신 전문직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들이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물론 교육청 업무 가운데 교사 출신이 필수적인 업무는 지금처럼 전문직으로 전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사들이 일정 기간 파견되어 근무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다. 그래야 전문직으로 나갔던 교사들도 학교 현장 감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육감과 함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장학관급 임원들은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잘 아는 교사 출신 현장 전문가가 임명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감이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반드시 교육청 장학관을 거치거나, 교장도 임기가 끝나면 교육청으로 갔다가 다시 교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 학교 현장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교사가 학교를 그만두고 전문직으로 가는 경직된 시스템이 아니라, 학교 현장과 교육청 사이를 오가면서 현장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 전문성이 탁월한 교사들이 전문직을 거치지 않고도 쉽게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연수성적 비중을 늘릴 필요도 있다.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 업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수업을 잘해야 하는 구조로 만들자는 것이다.
현행 승진제도는 가산점평정과 연수성적평정으로 크게 구분된다. 연수성적평정은 직무연수와 자격연수로 이루어진 교육성적평정과 연구대회 입상 실적과 학위취득 실적이 포함된 연구실적평정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앞으로 교사의 교내외 공개수업과 발표수업, 교육청이나 전국 차원의 연구대회 입상 실적 등 교과 관련 전문성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의 수업 혁신 교사상' 수상자에 대해서는 승진에서 우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4년에 신설된 '올해의 수업 혁신 교사상'의 추진 목적은 교실수업 혁신 공적이 탁월한 교사를 발굴・시상하여 수업 혁신 선도교사의 사기를 진작하고 현장의 자발적 수업 혁신 분위기 확산하고, 수업 혁신에 앞장서는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
올해의 수업 혁신 교사상은 초등과 중등으로 구분하여 전국적으로 100명의 교사를 선발하여 교육부장관상을 수여한다. 상금(100만원), 국외 연수 기회도 부여된다. 지원자가 학교장 또는 동료교사 5인의 추천을 받아서 함께학교를 통해 지원서를 접수하면, 교육청 및 교육부 심사,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평가 기준은 최근 3년 간 실천 노력(공개 실적/자료 개발 및 공유 실적) 40점, 분위기 조성 노력(수업 나눔 문화 조성/현장 기여도) 40점, 수업 혁신 역량 강화 노력(연구대회와 공모전은 교육부 및 교육청 주최, 주관 대회에 한하며, 수업 및 평가 관련 논문 투고 이력 등(대표적으로 평가원의 '교육과정평가연구'에서 논문 투고 가능)이다.
이와 함께 교과 관련 박사와 석사 학위의 승진 가산점도 대폭 늘려야 한다. 특히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교사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도 있다. 교사들이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수업 혁신 연구나 박사 학위 취득 등 교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승진체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 인재를 기르는 미래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원 성과상여금이나 승진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교사들의 자발성에만 맡겨 두지 말고, 수업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성과상여금이나 승진에서 유리하도록 개편하는 등 인센티브 체제를 철저하게 교과 전문성 중심으로 개편하기 바란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