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교육부장관으로 충남대 총장을 지냈던 건축공학과 이진숙 교수가 지명되었다. 이 장관 지명자는 지난 21대 대선에서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역거점국립대를 서울대급의 세계적인 연구대학으로 집중 육성해서 대학서열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발표했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전국에 서울대 10개를 만들면, 지방 최상위권 학생들이 그 지역의 서울대를 다니게 될 것이므로 지역 소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재들이 수도권 명문대로 몰리는 입시경쟁도 약화될 것이라는 발상이다. 하지만 과연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정책 목적을 실현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책이다. 지방에 있는 충남대, 충북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경상국립대, 강원대, 제주대 총 9개 거점국립대 모두 서울에 있는 서울대처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지방 국립대를 서울대급으로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막대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서울대 한 곳을 유지하는 데 연간 약 6,588억 원의 정부출연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10개로 확대할 경우 매년 약 6조 6,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
더구나 전국민에게 소비 쿠폰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막대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같은 교육 예산인 초·중등교육 분야의 지방재정교부금을 끌어다 쓰는 방식이 된다면, 초·중등 교육계 전체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실제로 9개 대학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면, 인근 사립대학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의 투자가 국립대에 집중되면, 같은 지역 사립대학들의 소멸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사실상 생존 위기로 몰리고 있는 지방 사립대의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촉진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제외된 국립대학들도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9개 거점국립대를 제외한 나머지 24개 국립대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신들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거나 위상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작 서울대도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경상국립대가 서울대와 우주항공 분야에서 공동 학위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서울대 끌어내리기에 불과하다는 서울대 동문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었다.
지역적으로도 17개 시도 중 10개 지역만 서울대를 갖게 되므로 나머지 7개 지역은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결국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집중적인 혜택을 받는 9개 대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다고 해도 지방의 서울대들을 서울에 위치한 서울대처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지역거점국립대를 서울대로 이름을 바꾸고 재정 지원 등을 확대한다고 해서 지방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는 서울대처럼 선호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역에 있는 9개 서울대를 연세대 원주캠퍼스나 고려대 세종 캠퍼스처럼 캠퍼스 수준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연세대와 고려대 모두 본교와 캠퍼스의 구분 없이 졸업증명서나 학위증 등이 동일하다. 그런데도 대학입시 합격선은 본교와 캠퍼스의 차이가 매우 크다. 2025학년도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최종 등록자 70% 커트라인이 연세대 본교는 1.01~1.87인 반면에 원주 캠퍼스는 1.47~4.82이다. 그리고 고려대도 본교는 1.07~1.75인 반면에 세종 캠퍼스는 2.66~4.67로 차이가 많이 난다. 지방에 연세대나 고려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은 여전히 서울의 주요 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대학의 이름보다 소재 지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단국대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단국대가 서울 한남동에 있을 때에는 건국대, 동국대와 함께 삼국대라고 불릴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경기도 죽전으로 옮긴 이후부터는 합격선이 건국대, 동국대보다 훨씬 낮아져서 세종대나 광운대와 유사한 수준이 되었다.
만약 서울대조차도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단국대처럼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져서 합격선이 서울의 주요 사립대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의 주장대로 서울대를 세종으로 옮기면, 서울 지역에 남아 있는 사립대들이 최고 명문대학을 다투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국립대를 서울대로 이름을 바꾸고, 교수진을 순환제로 하며, 재정 지원 등을 대폭 늘린다고 해서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 지역의 SKY를 마다하고 지방의 서울대로 몰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지방의 일자리와 생활문화 수준이 서울 수준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현재의 합격선이 거의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첫해 입시 결과 지방 서울대들이 서울 주요 대학들의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면, 이름만 서울대이지 실상은 과거 거점국립대일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다른 대학들의 반발만 사다가 실패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 서열화 완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정책이다. 혹시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한다고 해도 대학의 서열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와 서울 지역 사립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던 서열 구조에서 서울 사립대들이 몰락하고 전국의 서울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바뀔 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해서 전국의 서울대 모두 최상위권 대학이 된다면, 전국의 최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전국 10개 서울대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 서울대 10개 대학도 전국에서 몰려드는 학생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서열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도 어려운 정책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면 수도권 입시경쟁은 완화될지 몰라도 전체 입시 경쟁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전국의 학생들이 서울 지역의 주요 대학에 들어가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이후에는 전국의 학생들이 서울1대학~서울10대에 진학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의 주장대로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전국의 서울대 10개를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평준화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획일적이고 고착화된 서열화는 피해야 되겠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올라설 수 있는 서열화는 대학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 혁신 없고, 혁신 없이 발전 없다. 전국 서울대 10개가 평준화되어 사실상 경쟁이 사라진다면, 모두 하향 평준화되어 학생들이 서울 지역의 서울대마저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주요 사립대들보다 선호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전국 서울대 10개 평준화는 대학 서열화 해소가 아니라, 서울대를 밀어낸 서울 지역 대학들 간의 서열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미래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학 서열화와 입시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균형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정책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해서 전국의 서울대 모두 최상위권 대학이 된다면, 지방의 서울대 출신들이 지역에 정주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함으로써 지방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 결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좋은 일자리는 전국의 서울대 졸업생들이 모두 독차지하는 서울대공화국이 될지도 모른다.
지역균형 발전과 수도권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서는 지역에 서울대를 늘릴 것이 아니라, 카이스트(대전), 지스트(광주), 디지스트(대구), 유니스트(울산) 같은 과학기술원이나 포항공대처럼 특화된 대학들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것은 AI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첨단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미래교육의 방향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 지역거점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 전체를 서울대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에 맞게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정된 교육 예산을 9개 국립대에게 쪼개서 나눠 줄 것이 아니라, AI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데에 필수적이거나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정 계열이나 학과에 집중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가령 충남대 전체를 서울대처럼 만드는 것보다 대덕 연구단지와 연계해서 충남대 이공계열 학과를 특화시키고, 바다에 면해 있는 부산대와 제주대는 해양계열 학과를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라, 지역의 학생들에게만 지원 자격이 부여되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메디컬 학과로 불리는 의대, 약대, 치대, 한의대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의 40%(강원·제주는 20%)를 해당 권역 출신 중에서 선발해 오고 있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 확대도 비수도권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6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였다.
로스쿨에 대해서도 지역인재 전형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분석한 결과, 전국 25개 로스쿨 중 지역인재전형을 운영 중인 곳은 11곳이다. 로스쿨의 지역인재 특별전형 모집인원은 전체 선발 인원의 15% 정도이므로 메디컬 학과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해당 지역에서 다닌 학생들이 해당 지역의 대학까지 진학해야 졸업한 이후에도 굳이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에 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지역 대학의 졸업생이 지역 사회에 정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시장과의 연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확보이므로 대학입시는 물론 대학 졸업 이후까지 아우르는 교육 당국의 보다 입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서울대 지역균형전형 확대
서울대는 「2028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 사항 안내」(2025)에서 입학전형을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며, 공공성 강화와 다양성 확대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학교 교육을 성실하게 이수한 우수 인재를 선발한다는 전형의 취지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지역균형전형)을 폐지하고,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지역균형전형)의 선발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시모집 지역균형전형(지균)은 고교별 추천인원을 3명으로 확대하며,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별 우수 인재의 균형적 선발을 위해 일부 지원자격을 제한한다.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학교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서울대 수시모집은 지역균형전형(지균), 일반전형, 기회균형특별전형(사회통합)으로 구분된다. 지균은 1단계 서류평가로 3배수를 선발하고, 1단계 성적(70점)과 면접평가(30점)를 합쳐서 최종 선발한다. 그리고 일반은 1단계 서류평가로 2배수를 선발하고, 1단계 성적(50점)과 면접평가(50점)를 합쳐서 최종 선발한다.
서울대에서 수시 지균은 다른 대학들이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것과 달리 내신 성적과 학생부 서류를 종합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방식으로 선발한다. 그래서 학생부 서류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하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물론 그동안 내신 성적이 9등급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일반고에 비해서 내신 성적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지균에 합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고교학점제로 인해 내신이 5등급 상대평가로 완화되면서, 2028학년도에는 특목자사고 학생들도 충분히 지균에 지원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리해졌다. 그래서 서울대가 아예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서울대가 지역의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지역균형전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환영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의 주된 원인은 정주 여건, 일자리, 사회문화 환경 등 다양하기 때문에 지방대를 서울대로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다.
서울과 지방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격차가 대폭 줄어들지 않는 이상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에서 지방의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보다 지방에서 서울의 주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장 때문에 지역으로 가면서도 자녀 교육 때문에 가족들은 서울에 남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는 지방 학생들도 서울의 주요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해주는 지역균형전형 확대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입시에서 특정 학교 출신 학생들의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대 지균을 지원조차 못하게 된 특목자사고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특목자사고 학생들을 아예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지역균형을 다른 대학들처럼 내신 성적 중심의 학생부교과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서울대가 지역균형을 학생부종합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은 지역균형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균형전형은 지방 중소도시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그런데 지방 학생들은 대도시나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학교 여건 상 학생부 자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균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지방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내신 성적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2019)에서 지역균형을 신설하면서, 내신 성적 중심의 교과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서울대가 지역균형을 종합 방식으로 유지하면서, 특목자사고 학생들을 지원하지 못하게 막으면, 그 혜택은 지방보다 서울 강남 일반고 학생들이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울대가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별 우수 인재의 균형적 선발을 진정 원한다면, 수시 지역균형을 다른 대학들처럼 내신 성적 중심의 교과 방식으로 개편하면 될 일이다.
지역균형 확대를 위해 서울대-서울시립대 통합
지난해에 한국은행이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2024)이라는 보고서에서 대학입시 경쟁의 악순환을 깨기 위해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생수에 비례해 선발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주장했다.
지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2019)에서 사회통합을 위해 모집인원의 10% 이상을 지역균형(학교추천)전형을 실시하도록 한 이후 서울과 수도권 대학은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부터 지역균형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지역균형전형은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실시하는 것이므로 지방 소재 대학에서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지역인재 특별전형’과 달리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학생들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균형전형이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와 달리, 2025학년도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전형 합격자 중에서 서울 출신이 23.6%나 되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모집인원의 10%에 수준에 불과한 지역균형전형을 20% 정도로 확대하거나, 모집인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과 일치시키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나 지역균형전형 확대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에서는 지역균형전형을 2005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처음으로 도입했고, 2024학년도부터는 정시모집에서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서, 향후 지역균형전형 모집정원에 대한 일괄적인 수적 확대보다는 지역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형을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이미 학교추천전형과 같은 지역균형 전형을 시행하고 있는데, 전면적인 지역 할당제는 우리나라의 경쟁적 입시 환경과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대학입시에서 개인적 능력보다 출신 지역을 우선시하는 것은 현대 능력주의 시대에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능력주의에 대한 일부 보완책으로 출신 지역을 고려하는 것은 몰라도, 개인적 능력보다 출신 지역을 우선시해서 선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인해 서울대 입시 경쟁이 더욱 심해진 수도권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과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서울대에서 모집인원 대부분을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선발한다면, 지방 학생들의 서울대 입시 경쟁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수도권 학생들의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한국의 입시 경쟁이 전체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입시 개혁이 대부분 실패했던 이유는 국민들의 이해 관계를 섬세하게 따지지 않은 채 정부가 당위만 내세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국민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대책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 국립대인 서울대에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실시하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선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국공립대학인 서울시립대, 과학기술대와 통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울대와 이들 대학을 통합해서 늘어난 모집인원 모두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glocal) 대학 정책과 맞물려서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4년에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가 통합에 합의하면서 2027년 3월에 통합 충북대학이 출범하게 된다.
만약 서울대와 서울시립가 통합된다면, 통합 서울대의 정원은 2024년 현재 서울대 21,600명 정도에다 서울시립대 11,800명 정도가 더해져 33,400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통합으로 인해 추가로 늘어나는 학과의 모집인원을 모두 지역별 비례제로 선발한다면, 수도권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초래하지 않고 지역 비례선발제를 실시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서울대와 서울시립대를 통합하는 방안은 세계대학 평가에서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서울대학을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홍콩과학기술대로 영입된 서울대 경제학과 임우영 교수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서울대보다 5배 좋은 학교를 한두 개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홍콩·싱가포르 대학들이 지난 20년간 치열하게, 공격적으로 인재를 데리고 오는 동안 한국 대학들은 아무것도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 규제, 환경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한국에 남겠다는 인재가 점점 더 없어질 것인데 기존 서울대 교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인재들을 어떻게 유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전국 국립대 교수 이직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2025년 5월까지 56명의 교수가 해외 대학으로 옮겼다고 한다. 서울대 인재조차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라, 서울대 하나라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최근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가 발표한 ‘2025 세계대학평가’에서 한국 대학은 상위 100위에 서울대(38위), 연세대(50위), 고려대(61위) 등 3개 대학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10개(홍콩 5개 대학 포함), 일본 4개 대학보다 적은 수준이므로 아시아 내 대학 경쟁에서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1위인 서울대도 영국의 '타임스 고등교육'(THE)이 논문 발표 수, 인용 건수, 공동연구 활동 등을 종합해 매긴 순위에서 자연과학 분야에서 70위, 생명과학 분야에서 63위에 머물렀다. 이제는 서울대의 국제적 위상이 너무 낮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때도 되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공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들이 지역균형전형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서울대 하나라도 하버드대나 옥스포드대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대학입시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지역균형전형을 확대하는 등 지역균형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기 바란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