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자살 예방을 위해 전문상담교사 확대 배치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마음건강 지원을 과제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사회정서교육’ 활성화, 정서‧행동특성 검사 내실화, 전문기관 연계 확대 등 예방-발견-상담-치료 전 단계를 아우르는 학생 마음건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지원하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와 대입 반영


현재 학교폭력 징계 조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대학입시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모든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한다고 밝혔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 국한됐던 학교폭력(학폭) 징계 반영이 정시 수능 100% 전형까지 확대된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징계 조치는 1호(서면 사과), 2호(피해 학생과 신고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 금지), 3호(학교 내 봉사), 4호(학교 외 사회봉사), 5호(전문가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 교체), 8호(전학), 9호(퇴학)으로 구분된다.


2026학년도 입시에서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정시모집에서 2~9호에 해당하는 학폭 조치를 받은 수험생의 총점을 0점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수능 만점자도 총점이 0점 처리되므로, 사실상 입학 금지 선언과 다르지 않다. 심지어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에서는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1호 조치(서면 사과)조차 지원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주요 대학의 일부 전형은 1호 조치 기록만 있어도 아예 원서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학교폭력 징계 조치를 대학입시에 반영하는 것이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한다. 소년법 제32조 제6항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학교폭력 징계 조치는 생기부에 기재되고 이후 대학입시에서 큰 불이익을 받게 되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순신 사태’ 이후 학교폭력 징계 조치 생기부 기재는 더욱 강화되었다. 당시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였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정시로 진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서 정시까지 확대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폭력 징계 조치를 대학입시에서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도 반영하는 것으로 확대하였고, 출석정지 이상의 무거운 징계 기록 보존 기간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였다. 특히 기록 삭제 절차는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제는 기록을 삭제하려면 반드시 피해 학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재수나 삼수를 하더라도 학폭 이력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학교폭력 징계 생기부 기재와 대학입시 반영은 매우 효과적인 예방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1차 학폭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폭 피해 응답율은 근래 최고인 2.5%로 나타났다. 2020년 0.9% 수준이던 것이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5년 2.5%를 기록한 것이다.


학폭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39.0%), ‘집단 따돌림’(16.4%), ‘신체폭력’(14.6%) ‘사이버폭력’(7.8%) 순으로 조사되었다. 모든 학교급에서 언어폭력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 ‘성폭력’은 증가하는 반면, ‘신체폭력’, ‘강요’, ‘금품갈취’는 감소하였다.


교육부는 교육·미디어 등을 통해 학교폭력 전반에 대한 인지가 높아지면서 민감도가 높아진 점을 피해응답률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서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학생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의로 이어지는 갈등의 사법화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면서, 일상적 갈등에 대한 갈등 해소·관리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하였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 사안 접수 건수가 25,903건에서 58,502건으로 2.2배 늘었고,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회부 건수는 8,357건에서 27,835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신체·언어폭력뿐 아니라 사이버폭력과 성폭력 같은 심리적·관계적 폭력이 빠르게 증가했고, 사이버폭력은 1년 새 1천 건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폭력 대입 반영은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이다. 물론 가해 학생이 제기한 소송이 늘고 있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현행 제도가 예방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생기부에 기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전에 학교폭력을 자제한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학생들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과 자살 예방을 위해 전문상담사 배치


학교폭력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학생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4,87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은 10대부터 40대까지 주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교육부의 2024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자살위험군 학생은 전체 검사 실시 학생의 1.1% 수준인 1,7667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난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스트레스·우울·외로움·불안 모두가 높아졌고, 스마트폰·SNS 과다 사용이 우울과 불안을 키우면서 상담 전문가 도움이 시급한 학생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폭력이나 자살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를 모든 학교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교에서 교과 수업과 생활지도에도 바쁜 교사들이 학교폭력이나 학생 자살 등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심리 상담까지 담당하기는 어렵다.


모든 학교마다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해서 일상적으로 상담하고,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사례는 정신건강 전문의 자문 체계로 곧바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자의 심리치료는 물론이고 가해자 상담도 강화함으로써 학교폭력을 계속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살위험군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상담함으로써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문수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12,119개 가운데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5,043곳으로 전체의 41.6%로 나타났다. 전문상담 순회교사를 포함해도 배치율은 48.4%로 전체 학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예방과 치유를 위한 상담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미 학교폭력 징계 조치가 대입 수시와 정시에 모두 반영되는 등 처벌이 강화된 상황에서 지금부터는 이를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상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 나가야 한다. 앞으로 교육부는 전국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반드시 확보하기 바란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라 지역균형전형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