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학교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을 제시했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한 학교 조성을 과제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교육활동 시간 중 외부인 출입 통제 강화 가이드라인 정비, CCTV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교육활동 시간 중 외부인 출입 통제 강화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 등 학교 내 중대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미국처럼 모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배치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행 학교전담경찰관(SPO), 학교 폭력 전담조사관, 학교보안관(지킴이) 등을 통폐합해서 현직 경찰관인 SPO를 모든 학교에 배치하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여학생이 교사에게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을 저지른 교사는 돌봄교실을 마치고 나가려는 아이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유인한 뒤, 준비한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해당 교사는 평소 정신질환을 사유로 여러 차례 병가를 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흉기 난동으로 교장 등 4명이 크게 다치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다. 특수학급 복도에서 벌어진 가해 학생과 교직원 간의 대치 상황에서 교장, 행정주무관, 실무사 등 4명의 교직원이 학생의 흉기에 찔려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졸업한 제자가 고등학교 교사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리는 사건도 벌어졌다. 흉기 난동이 벌어진 날 학교에 출석했던 학생들은 용의자가 검거될 때까지 교실 문을 잠그고 안에서 불안에 떨며 경찰이 출동하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 등으로 학교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는데, 급기야 교사에 의해 학생이 살해되고, 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교직원들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이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철저한 예방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교내에 상주하는 SPO는 일상적인 학교 내 순찰 활동을 통해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로 인한 학생과 교사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경찰관이 상주하는 상황에서는 학생이든 교사든 폭력을 행사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므로 예방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SPO는 학교 내에서 폭력 사건 등 범죄가 발생했을 때 즉시 출동해서 가해자를 직접 제지하고 분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 학교의 교사 대부분이 여교사인 상황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제지하고 즉시 분리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덩치 큰 남학생들을 여교사들이 제지하다가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으로부터 학생들과 교사들을 즉시 보호해 줄 수 있는 물리력이 필요하다.
SPO는 수업 시간에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들을 별도의 학습지도실에서 지도하는 디텐션(Detention)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교총이 실시한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 교권 실태 교원 인식 설문조사’(2025)에서, 수업 방해 학생·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분리 경험을 묻는 질문에 ‘있다’는 비율이 법 시행이 1년 이상 지났음에도 24.4%에 불과했다.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로 ‘분리 조치를 위한 공간·인력·프로그램이 없다’가 32.7%였다. 민원이 우려되어 분리 조치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공간·인력·프로그램의 부재로 분리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박형빈 교수의 『AI 시대 대한민국 교육 변혁』(2024)이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 학교에서는 문제 행동이 발생한 교실로부터 해당 학생을 즉시 분리할 수 있다고 한다. 해당 학생을 다른 학생들과 분리해서 지도할 어른이 있는 학교의 특정 장소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던 디텐션(Detention)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교육활동 침해나 교사 지시 불이행 등 문제 행동이 발생하면 교사가 학교에 공식적으로 디텐션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가 디텐션을 결정하면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일정 기간 별도의 학습지도실(Detention Room)로 가서, 딘에게 별도로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학교마다 스쿨폴리스뿐만 아니라 학생생활 지원관인 딘(Dean)까지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학교마다 SPO를 배치하면, 수업 방해 학생·교육활동 침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여 지도하는 디텐션 제도를 실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학교마다 SPO와 별도로 학생생활 지원관(Dean)을 두어 지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한편 SPO는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수업 전문가인 교사가 수사권도 없이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특히 학교 폭력 가해자나 교권 침해 학생의 보호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조사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아 악성 민원이나 협박성 신고를 악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협박성 신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사안 초기 조사부터 모든 처리를 스쿨폴리스가 전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스쿨폴리스(SRO)가 전면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0년대 교내 총기 사건 등 학교 폭력이 한층 심각해졌기 때문이었다. 최종술의 『학교경찰의 한국적 모형에 관한 연구』(2014)에 의하면, 학교 내 질서 유지와 학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스쿨폴리스가 학교에 상주하면서 경찰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주된 임무는 학교 구내의 순찰 활동, 학교 구내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한 조사 및 처벌, 상습 결석 학생 및 가출 학생에 대한 정보 수집과 지도, 사법처리가 요망되는 폭행 사건에 대해 관련 기관과 협력 등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대구에서 동급생들의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SPO는 학교가 아니라 경찰서에 소속되어 있으며, 1인당 10개 이상의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서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예방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실정이다.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 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학교 폭력 빈도가 증가한 반면 피해 사실을 SPO에게 알린 비율이 불과 1.4%에 그친 것도 SPO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부도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2024년 기준 1,022명(1인당 12교)인 SPO를 1,127명(1인당 10교)으로 105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현행 SPO가 학교 폭력 예방, 학생 보호·선도,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해 왔는데, 앞으로는 학교 폭력 전담조사관 지원·협력(정보공유, 사안 조사 자문 등), 학교 폭력 사례회의 참석(내용 검토), 심의위원 위촉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10개 학교를 담당하는 SPO가 교내에 상주하는 스쿨폴리스 역할을 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편 2024년에 교육부는 교사들이 악성 민원에서 벗어나 교육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폭력 전담조사관’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 폭력 사안을 전담하는 조사관 약 2,700명(교육청당 15명 내외)을 위촉해서 충분한 사전 연수 후 교육청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 담당교사가 1차적으로 조사를 해서 보고하면, 학교의 전담 기구에서 학교장 자체 해결이나 교육청 심의위원회 요청을 결정해 왔다. 앞으로는 교사들이 사안 조사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이를 전담하는 조사관을 교육청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된 학교 폭력 전담조사관의 역할은 학교 폭력 사안 조사, 학교 폭력 사례회의 참석, SPO와의 협력(정보공유, 사안 조사 자문 요청) 등이다. 전담조사관의 자격은 학교 폭력 업무·생활지도 및 학생 선도 경력이 있는 자로서, 사안 파악·정리 역량 등을 갖춘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 상담사 등이다.
그동안 교사가 직접 담당해 왔던 학교 폭력 조사 업무를 전담조사관에게 맡기는 것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교육지원청당 15명 내외에 불과한 소수의 전담조사관이 수많은 학교의 학교 폭력 조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무 효율성 면에서도 경찰청의 SPO와 별도로 교육청에 학교 폭력 전담조사관을 두는 것보다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두 업무를 통합해서 SPO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지금 거의 모든 학교에는 학교 보안관이나 지킴이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주된 업무가 교문 출입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를 예방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스쿨폴리스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이 학교 보안관이나 지킴이가 상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것이니 말이다. 이제는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 사건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조사부터 처리까지 모든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학교 보안관(지킴이)을 현직 경찰인 SPO로 대체해야 한다.
이미 한국교총도 지난 대선 교육 공약 가운데 하나로 학교전담경찰관(SPO) 확대 배치를 제시했다. 학교 폭력과 관련한 과중한 교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본연의 역할인 피·가해 학생 간 관계 개선 및 회복, 피·가해 학생 지도, 피해 학생 지원 등 교육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전담경찰관의 단계적 배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총은 현재 SPO의 주요 역할인 학교 폭력 예방 교육, 피해 학생 보호 및 가해 학생 선도, 학교 폭력 관련 정보 수집 외에도, 향후에는 교육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해 학교지킴이 역할 수행, 교내 CCTV 관리 및 활용 지원, 교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초동 대응 업무 등을 추가적으로 수행해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학교 교내에 현직 경찰을 배치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SPO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교사가 아닌 학교보안관(지킴이)이 교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SPO로 바꾼다고 해서 학생들의 거부감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도 학교 1곳당 1인 이상의 SPO를 배치할 것을 제안하면서, 일각에서는 “학교마다 왜 경찰관이 상주해야 하느냐”라고 묻지만, 은행마다 청원경찰이 상주한다고 해서 이를 비판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행마다 청원경찰이 상주하는 것처럼 학교마다 청원경찰과 유사한 SPO를 배치하는 것도 그다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의 생명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과 교사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지속 가능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 SPO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등으로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학생과 교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대책을 분명하게 제시하기를 바란다.
교사는 수업을 맡은 교육 전문가다. 일상적으로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이를 전담하는 스쿨폴리스를 모든 학교에 시급히 배치해야 한다. 현행 SPO와 학교 보안관(지킴이), 교육청의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등을 모두 통폐합한다면, 막대한 별도 예산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모든 학교에 스쿨폴리스를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행 학교 보안관(지킴이)의 처우를 개선해서 정문 관리만이 아니라 SPO 역할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등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학교 안전 보장을 위해서 도입한 SPO가 학교를 치안 공간화하고,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함께 배치하는 등 처벌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위한 상담 활동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