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방을 가만히 바라본다.
누군가에게는 잠든 방.
누군가에게는 빈 방.
어쩌면 전등이 고장 난 방.
주인 잃은 방이 오래도록 어둠을 간직한다.
더 깊은 어둠을 간직한 방을 그려본다.
주인이 더 오랜 시간 잠들었을지.
아니면 더 오래 방을 비었을지.
또는 더 오랜 시간 전등을 고치지 못했을지.
저마다의 이유로 불이 꺼진 방에
어떤 방이 더 어두울지.
어떤 방이 더 슬플지
어떤 방이 더 아플지 생각한다.
더 오랜 시간 불을 밝히지 못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 방을 비운 것보다
더 오랜 시간 전등이 고장 난 것보다
중요한 건
모두 빛을 잃었다는 사실.
불 꺼진 방을 지나
다시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