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방에 기생하는 삶
미니멀리스트의 삶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특히나 나 같은 맥시멀 리스트에게는 하나하나의 물건에 다 사연이 있고, 자식 같으며 언젠가는 꼭 필요할 날이 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좁은 방에 터져가는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가구 위치를 요리조리 바꿔보자만 그것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아쉽지만 나와 함께 가지 못하게 되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지향하기 위해 물건 버리는 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준다. 물건을 보고, 감동이 없으면 버리라는 말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때에는 간절하게 필요했으나 현재에는 내게 감동을 주지 않은 물건들이 참 많았다.
너무나도 귀엽게 보이던 토이스토리 피규어가 그랬고, 싸다고 잔뜩 사놓은 유통기한 지난 간식들이 그랬고,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며 사놓은 화장품들이 쓰레기가 되었다. 토이스토리 피규어는 차마 버리기에는 영화 속에서 처럼 나를 원망할 것만 같아 중고마켓에 올렸고, 중고마켓 조차 올릴 수 없는 물건들은 진짜 쓰레기가 된다.
봉투 하나를 가져와 하나하나 정리해 보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 방에 남아있는 가치 있는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보였다. 나는 모두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큼 정리를 했지만 내일도 이만큼의 쓰레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나에게 가치가 있지만 다음날이 되면 내 마음 속에 쓰레기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를 보고 있자니 '이 물건들이 그동안 내 방에 같이 살고 있었다니' 생각이 들었다. 나는 쓰레기랑 긴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던 것이다.
이쯤 되니 내 방에 쓰레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쓰레기 방에 기생해서 살고 있던 건 바로 나였다.
훗날 쓰레기가 될 짐을 수납하기 위해 사는 수납장, 일회용품을 줄이자며 구매하는 각종 텀블러, 비닐봉지를 쓰지 않겠다며 사들이는 장바구니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오다 못해 나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방에는 아직도 쓰레기가 산다. 아직은 쓰레기가 아니지만 다음날이 되면, 또 더 먼 훗날이 되면 쓰레기가 될 것들. 이제는 더 긴 긴 내일을 위해 물건들과의 작별을 고해야 할 때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하루아침에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잊고 살았던 아나바다 정신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도 지구야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