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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직장인을 탐구하다

100+ 기업을 취재



콘텐츠 기획자, 에디터,
취재기자로 일합니다


나는 마케팅팀 소속 콘텐츠 기획자다. 남을 번듯하게, 있어 보이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소속 기업을 브랜딩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무슨 일 해요?”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에디터, 취재기자, 콘텐츠 기획자 등 여러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곤 한다. 다른 회사를 취재하고 작가들을 발굴해 브랜딩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얼마 전 신규 작가와 콘텐츠 제휴를 맺기 위해 미팅을 가졌다. 인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었는데 에피소드 위주로 글을 작성해 주셔서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콘텐츠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미팅을 가져보니 글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겸업하고 계셨다. 그 작가 분은 브런치뿐 아니라 타 매체에 콘텐츠를 이미 연재하고 있는 분이라 개인 브랜딩이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보유하고 계시지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을 개인 브랜딩으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퇴근 후에 스마트폰을 보며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전부인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미팅 후에 이리저리 허공에서 부유하는 마음의 조각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었다. 한 번 낙방하여 고배를 마신 브런치 작가 도전도 다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회사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저 의외로 관종이에요. 대학교 축제 때 공연이 있으면 꼭 참여할 정도로요.”

조용한 동료가 한 말이라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람에 따라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본인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넌 꿈이 뭐야?”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맞아 죽지는 않지만 적어도 예상하지 못한 옆구리 펀치 정도의 위력은 있다고 본다. 꿈에 대한 고찰은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초등학생 때 막연히 바라던 것은 ‘글 쓰는 사람’, 대학생 때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 현재의 나로 본다면 초등학생 때 꿈을 이룬 사람이 맞다. 글 쓰는 사람도, 글로 먹고 사는 사람도 맞으니까. 최근에는 여기에 한 글자를 더 추가하고 싶다. 글만 써도 먹고 사는 사람, 즉 글로 유명해지는 삶이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글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 취업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달리면서 ‘꿈’이란 단어는 퇴색됐다. ‘꿈=직업’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자면 유명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글로 유명해져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말이니까.


부자 되는 것이 꿈이라면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돈을 펑펑 써보고 싶거나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거나 뭐든 좋다. 건물주가 되면,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면 가장 먼저 첫번째로 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지만 나의 경우에는 여행이었다. 여행이란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는 돈이 없었고, 직장인이 되고서는 원하는 만큼의 자유 시간이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다녀와서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내게는 그들에게 없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 직장인이고 수많은 직장을 탐구하는 콘텐츠 기획자다! 물론 하루 방문해서 취재한 것으로는 해당 직장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없다. 어쩌면 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해 본 것은 아니므로 취재한 직장의 진면목(?)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적으로 방문했을 때의 소감, 기업 분위기는 충분히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직장인도 모르는 ‘직장인 탐구생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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