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저근막염은 완치될 수 있을까?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통증도 바뀌지 않는다
발바닥의 눈치를 보지만 적극적으로 습관을 개선하지 않는 날들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땅을 딛고 일어서는데 찌릿을 넘어 송곳으로 발바닥 전체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날카로운 통증은 발바닥을 감싸고 온 몸으로 전달되며 기분 나쁜 짜릿함을 선사했다. 한의원을 갈 때마다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긴 했지만 완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병원을 바꿔볼까 하고 회사 근처 마취통증의학과의원을 찾았다.
먼저 x-ray를 찍었다. 뼈에 이상은 없고 통증은 인대와 근육의 어디쯤인가에서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치료를 하며 좀 더 경과를 지켜보자는 소견을 듣고 물리치료사가 상주하는 공간으로 갔다. 돌침대 같은 곳에 누웠더니 물리치료사가 체외충격파치료에 대해 설명해줬다.
물리치료사가 장난감 망치 같은 기구로 발바닥을 두드리는 느낌이 난다. ‘딱딱 딱딱’ 시끄러운 기계음과 함께 발바닥이 따끔따끔하다. 강도를 높이면 따끔한 정도도 조금 더 심해졌지만 엄청 아픈 수준은 아니었다. 10분간 딱딱딱 소리를 곁들인 발 마사지가 끝나고 발바닥으로 땅을 디뎌본다. 치료를 받기 전보다 아주 조금 나아진 느낌? 하지만 여전히 통증이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는 상태.
실비처리 없이 체외충격파치료를 10~15분가량 받는 비용은 5만 원이었다. 이외에 근본적인 교정이 필요하다며 영업(?)이 시작됐다. 물론 치료를 받으면 안 받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추나 치료(+재활운동) 50분에 17만원을 듣고 씁쓸한 마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여러 번 받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전에 병원비로 거덜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싼 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아 마취통증의학과의원은 다시 가지 않았다. 족저근막염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을 하며 좀 더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올리브영에서 젤 형태로 된 발바닥 패드도 샀다. 말랑말랑한 분홍색 패드인데 확실히 패드를 깔고 걸으면 아픈 게 덜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안정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오래 움직이면 패드가 같은 위치에서 유지가 되지 않았다. 발바닥에 있어야 할 패드가 점점 밀려 위치가 달라지면 다시 패드를 옮겨 바로잡아줘야 했다. 결국 이 제품은 오래 쓰지 않았다.
혹시 눈에 띄게 좋아지는 방법은 없을까 하여 족저근막염 주사도 알아보았다.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통증이 생겼다는 케이스도 있었다. 주사를 맞으면 무조건 낫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 희망이 꺼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족저근막염은 완치가 불가능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족저근막염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처럼 느껴졌다. 2019년에 시작된 통증은 2020년을 훌쩍 넘겨도 계속됐다. 심하게 아플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한의원에 가면 걷는 양을 줄이라고 했다. 하지만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하루 종일 한 걸음도 걷지 않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양하게 시도해 본 결과 효과를 봤던 방법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걷는 자세 체크
주사를 맞아도, 치료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의원 선생님 역시 올바르게 걷는 것을 강조했다. 나의 경우, 걸을 때 발이 바깥쪽으로 돌아가 발바닥에 압력이 많이 가는 상태였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발이 돌아가지 않는지, 발가락에 무게가 실리는지 확인하면서 걷고 있다.
2. 실제로 도움이 된 스트레칭
발바닥 근육에 탄력을 주려면 꾸준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실제로 효과를 본 스트레칭은 계단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먼저 계단에 발을 반만 걸치고 반은 허공에 둔 상태에서 두발 모두 까치발을 든다. 멀쩡한 쪽의 다리를 살짝 들고 아픈 쪽 발을 천천히, 끝까지 내려준다. 발을 끝까지 끌어당길수록 시원하게 종아리가 당기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동작을 계속 반복해준다. 실제로 시간 날 때마다 이 동작을 하고 나면 다음날 발바닥 상태가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운동화
신발은 무조건 운동화를 신는다. 1~2cm 바닥에 붙어 다니는 플랫은 힐을 신는 것만큼이나 발바닥에 좋지 않다. 밑창이 너무 얇은 신발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충격을 발바닥에 전달한다. 발바닥 통증이 시작된 뒤로 신발을 고를 때면 무조건 발 뒤꿈치 부분을 꾹꾹 눌러본다. 어느 정도 쿠션이 있고 굽도 2-3cm 되는 신발을 고른다. 밑창이 딱딱한 로퍼, 무게가 발 앞쪽으로 실리는 굽 높은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4. 깔창
‘족저근막염 깔창’으로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제품들이 나온다. 한때 깔창을 사기 위해 가격부터 성능까지 수많은 제품을 비교해 보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가격대는 만원 이하부터 7~8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모든 제품을 다 써본 것이 아니라 차이를 말할 수 없지만 쿠션이 두툼하고 적정 가격대의 제품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소에서 파는 2000원짜리 ‘에어펌프 깔창(여성용)’도 괜찮았다. 여성용은 225~250mm이며 (남성용은 250~280mm) 개인의 발 모양에 따라 잘라서 사용할 수 있다. 발이 250mm라 자르지 않고 신발에 그대로 넣어 사용했다. 기존에 신는 신발도 쿠션이 있는 편인데 확실히 말랑한 쿠션을 더하니 발의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5. 걷는 양 줄이기
전편에서 말했듯,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걸어 다녔다. 하지만 발바닥이 좋아지길 바란다면 걷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퇴근 후 신도림역에서 따릉이를 타고 오목교역까지 간 뒤 집까지 10~15분 정도 걸었다. 지금은 신도림역에서 내리면 버스를 탄다. 퇴근 시간 교통 체증으로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지루하기만 하다. 점심시간에 산책을 나가 교대역에서 신논현역 교보문고까지 걸어가던 시간도 그립다. 하지만 잠시 안녕해야 한다. 한 달~두 달가량 충분하게 걷는 시간을 줄이고 걷는 양을 최소화하였다.
6. 집에서 실내화 신기
발바닥 통증러에게 맨발로 걸어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발바닥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발바닥 부분이 말랑말랑한 실내화를 늘 신었다. 통증없이 안정적으로 발을 디딜 수 있어 실내화 하나로 마음의 평화까지 얻게 된다.
그렇게 하니 어느 순간 통증이 점점 줄어들다가 맨바닥을 걸어도 느낌이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조금 상태가 나아졌다고 해서 갑자기 많이 걷거나 힐을 신는 건 금물이다. 뿔난 아이가 이제야 조금 마음을 열었는데 다시 마음이 떠나는 건 한 순간이다. 예민한 아이를 다루듯, 계속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전보다 많이 걸었다면 다음날은 충분히 쉰다.
족저근막염은 염증이다. 즉 염증이 사라질 때까지 발에게 충분한 휴식을 줘야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되도록 걷지 말자’이다. 안 걸으면 살이 쪄서 과체중이 되고 오히려 발바닥에 하중이 실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당연히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걷는 양도 줄여야 한다. 운동량이 줄어드니 과식은 피하고 간단한 홈트레이닝이나 스트레칭, 적당한 식사를 하며 발바닥에게 휴식 시간을 줘보자. 그렇게 나는 발바닥 통증과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