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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Jun 06. 2016

집을 지을 때 서두르면 안되는 이유.

킥오프 미팅의 의미.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건축신고와 건축허가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집을 짓기 전에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가 모이는 킥오프 미팅에 대해서 나눠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건축사와 건축주가 모여서 몇 개월 동안 고민하고 이제 여러 시공사에 '견적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택된 시공사와 집을 함께 짓게 됩니다. 


그러나 집을 짓기 시작한다고 해서 건축사가 아닌 시공사만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추진하게 되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건축사의 의도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건축 사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뤄야 합니다. 그래야 설계를 훼손하지 않은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집을 지으면서 어디까지나 건축주로서 추진을 했습니다. 건축주가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절대 시공사와 건축사보다 많이 알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전문가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건축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을 키우는 것을 위해서 집을 짓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검토를 요청했을 때 아버지께서 생각하셨던 의견을 말씀해주셨고. 이번 킥오프 미팅에 특별히 참여해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에 대해서 꼼꼼히 시공사와 건축사 측에 의견을 전해주셨습니다. 


1. 기초 슬라브 적절한 두께. 

2. 줄기초 동결심도에 대한 깊이. 

3. 공사 기한. 


저희 부부가 전달해 드린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창호 문 열리는 방향. 

2. 타이벡 마감공사 방식 확인.

3. 테라코트 플렉시 텍스와 스타코플렉스 견본 요청

4. 코노시마 세라믹 사이딩 견본 요청

5. 줄기초 동결심도 깊이 변경. 

6. 공사 진행사항 밴드에 사진 공유.


건축사 측에서 전달해 주신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싱크대 개수대 추가. 

2. 외부 수전 추가. 

3. 기초 공사시 참관. 


시공사 측에서 전달해 주신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적절한 공사를 위한 날짜 확정. 

2. 줄기초 두께 상향 조정. 

3. 기초 단열재 방식 변경. 

4. 공사 진행사항 사진 촬영 및 공유. 


가장 이야기가 많이 오간 부분은 '기초'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희 부부가 그동안 가장 신경 써왔던 부분이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건축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께서도 '기초'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 '기초'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역시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축사인 우 소장님은 기초 위치에 대해 민감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설계도면이 수시로 바뀐 상황에서 최종 도면이 아닌 이전 도면으로 잘못 기초를 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실제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시공사와 건축사 측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킥오프 미팅은 삼각구도를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협의과정입니다. 우리가 집을 짓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했던 과정. 그리고 염두되었던 부분을 숨기지 않고 모두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다행히 저희는 1년 동안 협의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공사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는데. 저희가 그동안 준비했던 과정을 보시고 안심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부부 역시 이제 집을 본격적으로 짓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처음 하는 일은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 마련인가 봅니다. 


아래는 이제 집이 올라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샘플입니다. 3D에 비해서 만져보면서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집이 다 완성되면 아래 모형을 전시해놓을 생각입니다. 사람 손을 거쳐서 창조되는 건축물의 느낌이 어떨지 설레기도 합니다. 


집은 입체적으로 설계되었다. 
동서남북. 모든 방면에서 바라볼 때. 색다른 느낌이 나도록 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조화로움을 추구했다. 
대부분의 창은 과감하게 큰 창을 냈다. 그리고 1등급 패시브하우스에 사용하는 88mm 프레임의 창호 시공 예정. 
입구는 공개 되어 있으나 보완을 생각해서 동선을 형성했다. 
지붕 모양은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이 들도록 설계 되어 있다. 

아내는 첫 삽을 뜨기 위해서 삽을 구입했습니다. 저희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삽의 가격을 몰랐습니다. 삽 가격은 7000원. 그리고 삽에 리본을 달아 기념촬영도 진행할 것입니다. 집을 통해서 삶을 조명했었던 과거. 그리고 첫 삽을 뜨기까지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첫 삽을 뜨기 위해 구입한 삽. 아내의 세심함이 감동이다.

아내와 고민하는 부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집을 짓게 되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참 많이 있습니다. 양 소장님 말씀대로 처음 할 때는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가 남기 마련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고 힘을 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이었습니다. 아파트를 버린다는 것은 정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층간소음', '이웃과의 붕괴', '편리함이 주는 게으름', '가족 단절'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아파트를 떠나기 위해 마음부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과정은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순탄했던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보완'이라는 충격적인 두 글자에 고민도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공사의 시작은 지연되었습니다. 


첫 삽. 


이렇게 늦어진 것은 모든 것이 잘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전원주택의 삶은 불편함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부분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시켜주었습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지금 떠오릅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참 와 닿습니다. 앞으로 좀 더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귀촌과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는 현재 브런치에서 독점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을 구독하시면 무료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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