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태의 인사이트 Sep 02. 2016

나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책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의 꿈

요즘 저는 집을 짓는 일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제 직업이 건축으로 아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지 건축주입니다. 그렇다면 왜 제 인생의 큰 부분을 집을 짓는 일에 올인하고 있을까요? 집을 지으면 10년이 늙는다는데. 처음의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중간에서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집을 짓는 와중에 제게 힘이 되어준 책이 있어서 소개를 드려볼까 합니다.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의 꿈입니다.


원래 어린이 동화책은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편안한 표정에 닭 한 마리를 안고 있는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히카 대통령입니다. 뒤에 나온 소가 인상적이고 그의 머리 위에 왠지 모르게 복잡해 보이는 또 하나의 행성이 보입니다. 왠지 표지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들어 계산했습니다. 


당시 제 상황은 어느 것 하나 진행이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집을 짓기로 결심을 한 후에 땅의 허가 문제로 1년이 연기되고. 시공의 시기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느라 수개월이 흘러버렸습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집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제공되었지만. 일도 잘 안되고 집도 안 올라가는 상황에서 제가 왜 이러고 사는지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이 책은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 발전 정상회의에서 무히카 대통령이 연설한 연설문을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편집하고, 생생하고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했던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유엔 지속가능 발전 정상회의에서 그가 했던 말은 제겐 한마디 한마디가 영감 그 자체였습니다. 


소유. 


갖는 것.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정말 만약에 전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자동차를 갖게 되는 일을 겪게 된다면. 우리는 그 소비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반대로 그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인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 자체만으로는 죄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져도 끝이 없는 욕망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기만 한다고 해서도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소유의 행복을 통해서 채우지 못할 일들만 만든다면 과연 저는 언제쯤 행복할 수 있을까요? 

호세 무히카의 개인 전 재산은 낡은 중고차 한 대라는 것은 그가 얼마나 검소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바로 행복입니다. 


어쩌면 우루과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GDP가 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렇게만 검소하다면. 반대로 국민들은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그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책에서는 우루과이 사람들이 긴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반대로 소비가 늘어나는 바람에 빚을 갚기 위해서 더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이야기해줍니다. 이 부분은 제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색종이 하나만으로 재밌게 놀기도 했지만. 이제는 좋은 물건을 가져도 흥미가 길게 가지 않는 내 모습. 이런 소비력이 얼마나 내 삶에 여유를 사라지게 하는지 말이죠. 


원래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심했을 당시 아파트와 전원주택을 놓고 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였습니다. 바로 '불편함'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호세 무히카가 유엔 지속가능 발전 정상회에 출근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대통령궁이 아닌 시외의 자신의 집에서 출근하는 모습. 그리고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농사를 짓는 모습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누려야 할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갑니다. 


불편한데 왜 행복할까? 


책을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 세상의 사람들이 단순히 세상을 발전시키는 '부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행복하기 위한 존재? 


도대체 행복하기 위한 존재란 무엇일까요? 바쁘게 살아가면서 돌아오는 카드값과 치솟는 물가에 한숨을 쉬는 우리의 삶에 '행복하기 위한 존재'라는 의미는 머나먼 신기루처럼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결국 무언가를 산다는 의미는 그 돈을 벌기 위해 더 바빠져야 한다는 의미와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소비를 꼭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조금 더 들려주는 듯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인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더 바빠져야 하는 삶. 그 상황에서 나오고 싶은 생각에 귀촌을 꿈꾸게 되었지만. 힘든 순간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사람을 가리지 않듯. 성인이 된 제게 큰 힘이 되어준 책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금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시일이 늦어지는 일이 생기거나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이 책을 보며 마음을 다시 잡아보곤 합니다. 이 말을 끝까지 믿으며 살래요. :)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